우원식, “추경 위해 시간 달라”요청
문 대통령 “2~3일 지켜보자” 수용
야3당, “여론 동향 파악하자는 것”, “술수 정치로 가고 있어” 맹비난
청와대가 여당의 요구로 송영무 국방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연기하면서 여야간 직접 충돌은 피했다. 추가경정예산과 정부조직개편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청와대와 여당이 신중히 접근하는 모양새지만 야당은 ‘임명강행 명분 쌓기용’이라며 강력 반발하면서 대치 정국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두 후보자 임명연기는 대치정국을 풀고자 하는 민주당의 적극적인 요구로 성사됐다. 당초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10일 오후 두 후보자 임명 강행 방침을 정하고 당에도 통보했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이날 늦게까지 국회 상황을 설명하면서 임명 연기를 요청했다. 이에 전 수석을 통해 당의 요청을 전해 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국회 상황을) 2, 3일 정도 더 지켜보겠다”고 수용하면서 최종적으로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연기됐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임명 연기 사실을 전하면서 “장관 임명으로 추경이 포기되는 일을 끝까지 막고 싶다”며 “우리로선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의 노력으로 야당을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 원내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 마지막 설득 작업을 벌였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최악의 파국을 막고 경색 정국을 풀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또 청와대가 당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모양새를 취한 것도 야당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면 남은 협상의 여지마저 사라지는 상황이었다”며 “야당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여당의 행보가 결국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도 이날 “야당 설득에 더 나서겠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고 야3당의 상황도 복잡해 해법을 찾기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야3당도 일제히 임명 연기를 꼼수로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첫째는 야당이 어떻게 하나를 보자는 것이고 둘째는 여론 동향을 파악해 보자는 것 아니냐”면서 “술수ㆍ꼼수ㆍ잔수 정치로 가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청와대는 지명 철회가 아닌 임명 연기론을 흘렸는데 이 또한 미봉책이자 또 하나의 꼼수”라고 깎아 내렸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여당을 중심으로 한 사람만 지명 철회하면 안 되겠느냐고 의사타진 중이라는 이는 꼼수 중의 꼼수”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여권의 신중한 접근에도 불구하고 대치 정국은 쉽게 뚫리지 않을 전망이다. 야3당이 두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추경과 정부조직법 처리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한 가운데 청와대 역시 “추경과 정부조직법, 인사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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