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 직전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 지원’ 이메일 받아
‘트럼프와 인연’ 러시아 유명 팝 가수가 주선자 역할
미스 유니버스 러 대회가 트럼프-푸틴 연결고리 역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이 지난해 6월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인사와 가진 ‘비밀 회동’의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선거 관련 논의는 없었다”는 트럼프 주니어의 최초 해명과는 정반대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에 그가 직접 연루된 정황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이번 사태도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6월 9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크렘린 궁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 변호사와 만나기 직전, “러시아 정부가 부친의 당선을 도우려 한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정보’의 출처가 러시아 정부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이메일에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NYT는 이메일 발송자가 러시아의 팝스타 에민 아갈라로프의 홍보담당자이자,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 기자 출신인 롭 골드스톤이라고 전했다.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 측과 아갈라로프 가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에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매개로 한 ‘3각 고리’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NYT 보도에 앞서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아갈라로프가 골드스톤을 통해 문제의 회동을 주선한 사실을 단독 보도하면서 이 부분을 자세히 소개했다. 에민 아갈라로프의 부친인 아라스 아갈라로프는 러시아 부동산 사업가로, 2013년 트럼프 가문이 모스크바에서 개최한 미스 유니버스 러시아 대회에 투자했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답례로 에민의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까지 했고, 아라스 아갈라로프는 대회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명예훈장을 받았다. WP는 그에 대해 “트럼프와 푸틴의 사적 연결고리 중 한 명”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주니어 측 변호사 앨런 퓨터파스는 11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골드스톤이 보낸 이메일에는 클린턴이 러시아 문제를 다루면서 저지른 비위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암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베셀니츠카야는 이날 미국 NBC방송에 출연해 “나는 클린턴과 관련해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크렘린과도 무관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트럼프 측과 해명이 갈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트럼프 측이 클린턴과 관련된 부정적인 내용을 찾는데 혈안이 돼 있었고 아마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트럼프 주니어는 러시아가 부친의 당선을 도우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러시아 정부 관계자와 만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매우 짧은 만남이었고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공모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야 알았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WP는 “백악관이 회동(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려(play down) 애쓰고 있다”고 꼬집은 뒤, “트럼프 주니어가 날로 악화하는 러시아 논쟁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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