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중기 적합업종 해제 앞둬
쌀가공協 “97%가 5명미만 영세”
두부 순대 등 올해 49개 만료
적합업종 지정돼도 강제권 없어
‘권고 아닌 강제’ 법제화 시급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산업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이 제도의 보호 아래 지난 3년간 시장 전체 매출액이 8.1% 성장했습니다. 우리에게 중기 적합업종 지정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11일 서울시와 이학영ㆍ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 공동 주최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 지정토론에 앞서 조상현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사업관리부장은 “다음달 해제되는 떡국ㆍ떡볶이떡에 대한 중기적합업종 재지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중소기업이 주도해 온 떡류 시장은 전체 업체의 97%가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한 사업체다. 조 부장은 “떡국ㆍ떡볶이떡의 적합업종 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자본력과 자체 유통망을 무기로 한 대기업의 공격적 진출로 기존 중소업체의 도산이 크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ㆍ제한하고 있는 중기적합업종 제도는 2011년 도입됐다.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3년간 보호받고 이후 3년 연장이 가능하다. 두부, 순대, 간장 등 74개 적합업종 품목 중 49개가 올해 지정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홍정호 중소기업중앙회 성장지원부장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며느리가 커피전문점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대기업이 빵집, 떡집까지 진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유경쟁도 중요하지만 공정경쟁이 필요하다”며 적합업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예 적합업종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더라도 민간 자율 합의 기구인 동반위는 이를 강제할 권한과 방법이 없는 탓이다. 축산물에서 나오는 폐지방을 재활용한 사료용 유지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하고 있는 신익철 한국재생유지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대기업이 이행하지 않거나 지연시킬 때 강제 집행할 합법적인 근거가 없다”면서 “권고ㆍ합의 사항을 반드시 이행하도록 하는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중앙ㆍ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이날 지정토론자 양창영 변호사는 “동반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 서울시의 불공정거래 피해 상담센터를 응용해 지방정부가 적합업종 이행 점검을 위한 신고 접수를 받는 것도 방법”이라며 “적합업종 신청을 할 때 실태조사를 함께 하거나 서류 준비 등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법인 형태의 단체를 조직하거나 실태조사를 하는 등 적합업종 신청 조건을 갖추는 데 많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합업종 신청 단계에서만 61%가 반려됐다. 토론회 청중으로 참석한 한국엘리베이터협회 관계자는 "통계수치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신청 자료를 작성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그런 이유로 중간에 기각 당할 소지도 많다"며 "신청 절차가 간소화되고, 동반위에서도 관련 서류 작성에 도움을 주는 지원반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지방정부로는 처음으로 중기적합업종에 대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는 이른바 ‘생계형 적합업종’에 대해서는 사업을 할 수 없고, 위반시 중소기업청장이 이행강제금을 징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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