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철 자연사랑 미술관 관장
10대 후반 한라산서 찍은 사진에 매료
30여년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변해가는 자연과 사람들을 기록
“앞으로도 제주 모습 계속 찍을 것”
“10대 후반부터 한라산에 미쳐 셀 수도 없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오름과 포구도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 다녔습니다. 그 곳에서 사진기 너머로 만난 수많은 야생화와 새, 노루, 사람들은 이제 기억 속에서는 가물가물하지만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50여년간 사진기를 들고 제주 구석구석을 앵글에 담은 서재철 자연사랑 미술관 관장(70). 그가 처음 촬영한 피사체는 초여름 한라산에 핀 빨간 연산홍꽃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한라산에 함께 오른 선배가 가져 온 사진기가 신기해 빌려서 처음으로 셔터를 눌렀다. 나중에 인화한 흑백사진에는 연산홍꽃이 생각보다 훨씬 그럴 듯하게 찍혔다. 그때부터 사진기는 그의 평생 반려자가 됐다.
서 관장은 “처음에는 비싸고 귀한 사진기를 구할 수 없어 며칠에 한번씩 카메라점에서 사진기를 임대하고 필름 한 통을 구입해 사진을 찍었다”며 “20살 때 첫 사진기를 갖게 됐고, 사진에 점점 빠져들어 직업도 사진기자를 선택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1972년 제주지역 일간지인 제주신문사에 사진기자로 입사했고, 첫 출입처로 한라산을 맡게 됐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자연보호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그는 사진기를 들고 한라산을 누볐고, 곳곳에서 이뤄지는 난개발 현장을 촬영했다. 매번 신문 1면과 사회면에 보도되는 사진을 보면서 더욱 신이 나서 돌아다녔다. 한라산 구석구석을 한라산국립공원 직원들보다 더 잘 알았다. 1979년에는 한라산 파괴 현장을 보도한 공로로 한국기자상까지 받았다.
그는 그 때 점점 변해가는 제주의 자연과 사람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70년대 후반부터는 시간이 날 때마다 시멘트로 뒤덮여 가는 제주의 포구들을 찾기 시작했다. 포구에서 만난 해녀들도 그의 앵글에 들어왔다. 한라산에 핀 야생화와 곤충, 노루, 새, 버섯 등도 사진으로 남겼다. 30여년 동안 사진기자로 현장을 뛰어다니다 갑자기 신문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라산 소백록담을 촬영하다 나무에서 떨어져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후 체력이 다 됐구나, 더 이상 기자생활은 무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 관장은 신문사를 퇴사한 후 그동안 촬영한 사진으로 사진집을 출간했고, 제주시내에 제주의 자연을 주제로 한 사진 화랑이라는 의미로 ‘자연사랑 미술관’을 개관했다. 그러다 2003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폐교인 가시초등학교를 임대했다. 1년 동안 폐교에서 생활하면서 교실바닥을 걷어내고 페인트를 직접 칠하는 등 새 단장한 후 다음해 3월 1일 현재의 자연사랑 미술관 운영을 시작했다.
서 관장은 “30여 년 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 전문전시관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늘 갖고 있었다”며 “이 곳을 찾은 분들이 제주의 옛 모습과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눈과 마음으로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진에는 완성이 없다. 걸을 힘이 있고, 카메라 셔터를 누를 힘만 있으면 계속 사진을 찍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시각각 변해가는 제주의 모습을 앵글에 담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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