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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수박바, 초록색이 많으면 맛날 줄 알았는데…”

입력
2017.07.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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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출시된 후 30년이 넘도록 사랑을 받은 '수박바.'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지난달 롯데제과는 수박바의 빨간 부분과 초록 부분을 바꾼 '거꾸로 수박바'를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수박바를 맛본 네티즌들은, 예상과는 달리 "기존의 수박바가 더 나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왜 이런 심리가 나타나는 걸까요. 한국일보가 카드뉴스로 정리했습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박주연 인턴기자

"초록색이 많으면 더 맛날 줄 알았는데"

1986년 출시된 이후 매년 150억 원 이상 판매되고 있는 스테디셀러, ‘수박바’

지난 6월, 30년 넘도록 한결같았던 수박바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수박의 빨간 부분과 초록 부분이 뒤바뀐 ‘거꾸로 수박바’

“빨간 것보다 초록색이 더 맛있어요ㅜㅜ”

"초록 부분을 더 많이 먹고 싶어요"

소비자들의 오랜 요구에 제조사가 응답한 것.

“어디서 살 수 있나요?”

“언제 출시 되나요?”

출시 전부터 문의가 빗발쳤고, 소비자들의 기대는 커졌다.

하지만 출시 이후 ‘거꾸로 수박바’를 먹은 네티즌들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빨간 부분이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원래 수박바가 나은 것 같아요”

이에 ‘쌍쌍바 수박바’, ‘줄무늬 수박바’ 등 빨간 부분과 초록 부분의 비율을 똑같이 만든 합성 사진도 등장한다.

기존 수박바에서 맛없게 느껴지던 빨간 부분이 거꾸로 수박바를 먹을 땐 왜 더 맛있게 느껴질까.

그토록 갈망하는 것을 손에 넣는 순간, 왜 우리는 흥미를 잃을까.

쌍쌍바, 줄무늬 수박바가 나오면 만족할 수 있을까.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은 가지지 못한 떡이 더 커 보이는 현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초점의 오류(focusing illusion)’

어느 한 면에 집중한 나머지 초점 이외의 부분을 무시하는 현상.

그러나 초점을 맞췄던 사건이 실제로 발생하면, 그제야 초점 바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기존의 수박바를 먹을 때는 '초록색'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춰 빨간색이 주는 기쁨을 무시해버렸지만,

정작 거꾸로 수박바를 먹는 순간 '빨간색'이 주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는 것.

좋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를 보면서, 명문대에 들어간 친구를 보면서 우리는 생각한다.

“쟤 진짜 행복하겠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는 이런 실험을 했다. (<타인의 행복 측에서 나타나는 오류: 서울과 춘천의 삶의 만족도 비교>)

“서울과 춘천 어디에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할까?”

서울과 춘천 사람 모두 “서울에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쇼핑과 문화생활의 기회가 많고, 직업의 선택이 자유롭다는 게 그 이유.

반면, 춘천의 장점은 '삶의 여유'로 꼽혔다.

하지만 서울과 춘천에 사는 사람들에게 ‘지금 사는 곳에서 얼마나 행복한지’ 묻자, 서울 사람들은 4.13점, 춘천 사람들은 4.49점.

오히려 춘천에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응답자들에게 있어 '삶의 여유'는 수박바의 빨간 부분.

일상 속에선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화려한 도시 생활을 선택하는 순간 존재감을 드러낸다.

'쇼핑과 문화생활, 그리고 직업 선택의 자유'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삶의 만족 그 자체는 아니었다.

마치 수박바의 '초록 부분'처럼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지나치게 집착해 ‘진짜 행복’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오류.

수박바의 초록색 부분이 많아지면 더 맛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오류.

영원히 만족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이 ‘초점의 오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실 남의 떡보다 내 떡이 더 맛있을 수도 있다”

‘행복한 삶의 답’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그 안에서 최상의 답을 찾아가는 것.

그러니까 어떤 수박바를 먹든 우리의 행복은 나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행복할 수 있는 힘은 수박바의 모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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