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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남의 행복세상] 고깃집을 낸 성악가

입력
2017.07.1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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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과 동떨어진 다른 길이 쉬울 리 없어

수요부족 따른 실업문제 심각성 감안해서

좋은 일 하며 사회 공헌할 방안 고심해야

알고 지내는 성악가 한 분이 지인과 동업하여 고깃집을 냈다가 한 달도 못 버티고 동업자와 의견 충돌이 생겨 접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런가 하면, 서울 외곽에 이탈리아 식당을 냈던 한 성악가는 한참을 고생하다가 금년 초 TV 방송에 소개된 후 점차 영업이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근래 우리는 오랫동안 공부한 전공과는 동떨어진 다른 길을 모색하는 전문직 이야기를 심심찮게 접한다. 본인이 더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진로를 바꾼 경우라면 응원할 일이겠지만 생계문제나 노후 걱정 때문에 그렇다면 개인적인 아쉬움을 넘어 애써 기른 재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회적인 손실도 크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40년 넘게 경제 분야에서 일한 필자는 경제 강의 요청을 받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때로는 경제를 전공하지 않은 분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기도 한다. 요즘 들어 필자가 하는 경제 강연의 골자는 세계경제든 한국경제든 경제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능력에 비해 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거의 예외 없이 수출을 늘리거나 투자를 유치해서 일자리를 늘리고자 고심하고 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이나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돈을 풀어서라도 수요를 늘리겠다며 들고 나온 소위 양적 완화(QE) 정책과 저금리 정책이 자못 수긍이 간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BOJ)도 이에 뒤질세라 미국 정책을 따라 가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최근 몇 년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현안도 수요부족에 따른 실업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청년실업은 경제문제를 뛰어넘어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이렇게 보면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늘려 실업률을 낮출까에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점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고 청와대에 경제수석비서관과는 별도로 일자리수석비서관을 따로 두기까지 하겠는가?

지난 1일 SC제일은행은 창립 88주년을 맞아 에버랜드에서 ‘한마음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임직원 4,000여 명과 가족을 포함해 1만 3,000여 명이 참석했다. 필자도 SC제일은행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 행사에 초대받았다. 낮에는 가족끼리 놀이시설에서 즐겁게 보내고 오후 6시부터는 공연을 관람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낮 동안 그렇게 좋던 날씨가 행사 직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수 박진영과 걸 그룹 여자친구는 바닥이 비에 젖어 미끄러질 위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진정한 프로답게 멋진 춤과 노래를 선사했다. 덕분에 모든 참석자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한마음 페스티벌'을 흥겹게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박진영과 걸 그룹 공연 못지않게 필자의 관심을 끈 부분은 본 행사 초반 일반 직원들로 구성된 세 팀이 보여준 아마추어 공연이었다. 이들의 실력을 프로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연습과정에서 그들이 흘렸을 땀과 노력을 떠올리며 시종일관 흥겹게 관람했다. 그들 또한 전 직원과 가족 앞에서 공연하기 위해 땀 흘리며 연습하는 과정 내내 큰 기쁨과 치유를 얻었으리라.

요즘 웬만큼 큰 기업에는 직원들을 위한 여러 가지 동호회가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 되어있다. 이들 가운데는 음악 관련 동호회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이들 음악 동아리에서 마땅히 일이 없어 다른 길을 모색하는 성악가를 초빙해 정기적으로 지도를 받는다 하자. 성악가로서는 전공을 살려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동아리는 전문가의 지도를 받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지 않을까? 30년 동안 음악을 공부한 성악가가 고깃집을 내는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며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하면서 사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를 고민해본다. 하긴, 이게 어디 음악인만의 안타까운 사연일까?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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