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휴가를 앞둔 직장인 김모(45)씨는 기대감과 더불어 불안감도 엇갈린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보낼 휴가에 들뜬 마음도 있지만 회사에서 언제 떨어질 지 모를 업무 지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김모씨는 “지난해 여름이나 겨울 휴가 때에도 직장 상사로부터 카카오톡이나 메일 등으로 받은 업무 때문에 제대로 휴가를 즐길 수 없었다”면서 “올 여름 휴가에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지만 직장인들의 마음은 마냥 편한 게 아니다. 휴가 중에도 쏟아지는 업무 메시지 걱정 또한 부담이다.
11일 취업 포털 업체인 인크루트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4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휴가철 꼴불견’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4.6%는 휴가기간 동안 업무 관련 메시지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들이 휴가 한 시즌 동안 받은 업무 메시지량은 전화는 평균 5.9통, 메일은 9건, 메신저는 664건에 달했다.
이 경우 대처 방법으로는 ‘일단 연락 받은 후 휴가라며 양해를 구하는 편’(37.8%)이 가장 많았고 ‘연락을 받은 즉시 업무를 처리한다’(27.6%), ‘바로 확인하지 않고 뒤늦게 다시 연락한다’(26.6%), ‘연락을 받지 않고 그냥 무시한다’(6.3%) 등의 순이었다.
‘직장 내 휴가를 방해하는 꼴불견 동료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응답자의 58.3%가 ‘있다’고 답한 가운데 유형도 다양했다. 이 중 ‘업무 연락을 계속하는 동료’(50.5%)가 가장 대표적인 꼴불견 동료로 지목됐다. 이어 ‘본인은 바빠서 휴가를 못 가지만 너희는 가라며 빈정거리는 동료’(22.5%), ‘휴가 후 많은 업무가 있다고 계속 강조하는 동료’(11.7%), ‘휴가 후 상상하지도 못했던 양의 일더미 폭탄을 투하하는 동료’(7.7%) 등을 대표적인 ‘휴가 브레이커’로 꼽았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프랑스에선 올해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도입한 새 노동법을 적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퇴근 후 메신저로 연락을 금지하는 일명 ‘카톡 금지법’이 일부 시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물리적 제도 도입에 앞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철저히 분리하는 인식을 확립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