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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00일’, ‘출범 임박’… 인터넷은행 성장 발목 잡는 ‘은산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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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00일’, ‘출범 임박’… 인터넷은행 성장 발목 잡는 ‘은산분리’

입력
2017.07.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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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11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다. 2호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도 이달 말 출격한다. 인터넷은행의 돌풍이 점점 더 거세지며 성장의 걸림돌로 지목된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제한’(은산분리) 규제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4월3일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으로 첫 발을 내디딘 케이뱅크는 출범하자마자 금융권에 큰 충격을 줬다. 올해 목표로 세운 수신액(5,000억원)과 여신액(4,000억원)은 출범 두 달 여 만에 달성했다. 거대 시중은행 사이에서도 비(非)대면 편의성과 중금리ㆍ중신용자 대출이란 경쟁력을 앞세워 30ㆍ40대 고객층을 끌어들인 결과다. 과점 체제가 굳어져 ‘고인 물’이라는 평가를 받던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고금리 예ㆍ적금 상품을 내 놓는 등 ‘메기’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호 카카오뱅크도 사실상 모든 출범 준비를 끝낸 상태로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취임만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카카오뱅크가 4,200만 이용자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또 하나의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케이뱅크 독주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인터넷은행 시장 자체를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인터넷은행이 성장단계이기 때문에 서로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는 구조가 아닌 파이를 키우면서 보완ㆍ성장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인터넷은행 모두 순항할 것처럼 보이지만 당장 풀어야 할 숙제도 산더미다. 혁신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기 위해선 애초 출범 취지처럼 정보기술(IT) 기업이 주축이 돼 사업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현행법상 은산분리 규제로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한도가 4%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증자가 급한 케이뱅크엔 요즘 비상이 걸렸다. 신용대출액이 예상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달부터 인기 대출상품은 아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여신 속도가 빨라 추가 증자 없이는 연말에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일명 BIS비율)도 맞추기 힘들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100일간 고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라며 “인터넷은행은 IT 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 주주가 한국투자금융지주(지분율 58%)인 카카오뱅크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현행법상 최대 주주(‘금융자본’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추가 증자에는 법적 걸림돌이 없다. 그러나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는 ‘카카오뱅크’라는 간판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케이뱅크의 인기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반론도 만만찮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부터 완화해줄 경우 결국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가 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술개발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반드시 소유구조를 통해서만 기술개발 혜택을 향유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센터장은 “여태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변화의 상황을 겪고 있는데 과거의 틀에 박혀 (은산분리 완화를) 막는 건 시대에 맞지 않다” 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시스템 안정성 유지를 위해 은산분리 원칙은 기본적으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인터넷은행이 일정 규모까지 성장할 때까지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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