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인 모술 탈환에 성공하면서 동남아시아로 불똥이 튀고 있다. 핵심 영토 기반을 잃은 IS가 동남아를 새로운 근거지로 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소속 국가들은 인구 6억5,000만명 중 40%에 해당하는 2억5,000만명이 무슬림이다.
동남아 지역 리스크 매니지먼트 컨설팅사인 바버 뮬란&어소시에이츠의 잭 뮬란 대표이사는 10일 “최근 중동 상황과 관련,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들이 IS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IS가 중동에서 활개칠 당시에도 동남아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지속적으로 위협을 가했던 만큼 일반인들의 불안도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자카르타에서는 지난해 1월 한 커피숍에서 IS에 의한 자폭테러와 시가 총격전이 벌어져 8명이 숨졌다. 이어 올해 5월에는 버스정류장에서 자폭 테러가 발생, 경찰관 3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부상했고, 말레이 북부 태국 접경지에서는 축산시설을 이용해 무기를 밀수하려던 IS조직이 적발되는 등 역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IS의 확장 정책에 위기감을 느낀 동남아 국가들도 공동전선을 구축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5월 말 남부 민다나오 섬에 계엄령을 선포, IS 추종 세력 ‘마우테’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 군 당국은 인구 20만명 규모 도시 마라위를 이들이 점령하면서 촉발된 무장 충돌이 중동 지역에서 밀리고 있는 IS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핀은 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함께 지난달 19일부터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타라칸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 해상 순찰을 하는 한편, 테러 첩보를 교환하며 IS의 동남아 상륙 저지에 공동대응하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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