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빛 PD 사망 사과도 끌어내

‘#1인시위’ ‘#릴레이1인시위’ ‘#시위스타그램’
피켓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1인 시위는 간편한 방식이지만 대중의 시선을 끌거나 공감을 얻어내기가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운 좋게 언론이 다루면 시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지만 그러려면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필요했다. 그래서 일부는 무리한 방식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일부러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을 섭외하려고 애쓰는 등 부작용도 엄연히 있었다.
최근 ‘해시태그(#)’로 대표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 덕에 1인 시위가 진화하고 있다. ‘20m 이상 떨어진 장소는 동일장소로 보지 않는다’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틈새를 노려 여러 명이 20m 이상 간격을 두고 시위하거나 다수가 모여 돌아가면서 시위하는 예전 변주와는 또 다른 모습니다.
고 이한빛 CJ E&M PD 사망 사건 관련 릴레이 1인 시위가 대표적이다. 올 4월 말 고인의 동생 이한솔씨가 CJ E&M 건물 앞에서 시작한 1인 시위는 시민단체 청년유니온 주도로 31일간 진행됐는데, 매일 릴레이 1인 시위에 동참한 이들의 목소리와 사연이 페이스북 등 SNS에 공유되며 7,000여명이 페이지 ‘좋아요’를 누르는 등 성과를 거뒀다. 시위 장소는 사옥 앞으로 한정돼 있었지만, 온라인을 통해 시위 메시지가 무한정 퍼져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성과로 CJ E&M 측은 결국 고인 가족과 청년유니온 측에 먼저 대화를 제안하고 이후 공식 사과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답답한 사람들을 위한 ‘무대’를 아예 국가가 제공하고 있다. 현대판 신문고라 불리는 광화문1번가 ‘국민마이크’가 5월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설치됐다. 사법시험 존치를 바라는 학생부터 비정규직 노동자, 청각장애인, 심지어 역사적 유물을 지켜달라는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 ‘시위’가 5주간 공원을 메웠다. 억울함과 요구를 정부에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시위보다 더 효율적인 창구가 생긴 셈이다. 5월 27일 국민마이크에 참여했던 이종배(40)씨는 “1인 시위를 수없이 했지만 누구도 우리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라며 “대통령이 직접 만든 자리인 만큼 더 효과적일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시위는 사회적 연대를 기반으로 집단 행동을 하는 것보다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SNS 등 장치를 활용하면 공감하는 젊은 세대나 네티즌들 관심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효과적이라 앞으로도 널리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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