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반려동물과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숙소부터 식당까지 아직까지는 반려동물과 동반하는 데 제약이 많다. 이런 제약을 뚫고 실제 반려동물과 전국 일주에 나선 부부가 있다. 소승현, 전천우 부부는 5, 6월에 걸쳐 자동차로 서해부터 제주도까지 비숑프리제 종 ‘싱키’(2세)와의 여행에 나섰다. 이 부부가 공개하는 반려동물과의 여행 꿀팁을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언젠간 '싱키'랑 같이 전국을 다 돌아보자!”
기약 없이 꿈꾸듯 얘기하던 그 말이 현실이 됐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예상치 못한 긴 휴가를 얻게 된 우리 부부는 반려견 ‘싱키’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싱키는 두 살 된 수컷 비숑프리제 종으로, 다른 가정에서 이미 두 번이나 파양을 겪는 우여곡절 끝에 생후 3개월째 우리에게로 왔다. 펫샵이 아닌 가정분양을 알아본 지 한달 되던 차에 만난 싱키는 그렇게 한 식구가 됐다.
여행 계획은 간단했다. '싱키가 좋아하는 바다 위주로 자가용을 타고 한 바퀴 돌기.' 기간을 따로 정하진 않았지만, 하루에 한 지역씩 이동하며 최소 20일 이상 돌아보는 것이 목표였다.
정확히 일주일 뒤에 출발하기로 마음 먹은 우리는 싱키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거듭 점검했다.
여행날짜가 다가오자 설렘보다 불안이 다소 앞섰다. '싱키가 스트레스를 받진 않을까, 숙소를 못 구하는건 아닐까,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관광지가 얼마나 될까, 무엇보다 정말 전국을 다 돌고 올 수 있을까?' 등 걱정을 안고서 우리는 첫 여행지인 태안으로 향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우리의 전국일주는 순조롭게 시작됐다. 인천에 살면서 서해에 대한 기대가 적었는데도, 태안의 청포대해수욕장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감탄할 정도였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땅은 모래처럼 발이 빠지거나, 뻘처럼 무르지도 않은 상태로 드넓게 펼쳐져 있어 싱키가 마음껏 뛰놀기에 충분했다.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는 싱키의 모습을 보자니 벌써 여행이 반쯤 성공한 기분이 들었다.
문제는 밤이었다. 숙소는 그날그날 즉석에서 알아보기로 했는데,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다른 숙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반려견 펜션은 부담이 됐다. 갈팡질팡하는 사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로 해가 져버렸다. 결국 우리가 생각해낸 방법은 태안에 있는 모든 숙소를 검색해 차례로 전화를 걸어보는 것이었으나 반려견과 동반한다고 하니 번번히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한 시간 가까이 숙소를 알아 본 적도 있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으면 텐트를 치거나 지역을 옮겨서 다시 알아보면 되므로 굳이 부탁한 적은 없었다. 또 따로 명시는 없어도 문의를 하면 동반이 가능한 숙소들도 있고, 원래는 동반이 안 되지만 손님이 없는 비수기라 특별히 받아주는 곳도 있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구한 적도 많았다. 이날도 태안의 한 모텔에서 잠자리를 구해 여행의 첫날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다음날엔 지도를 보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금강과 부여로 이동했다. 최초의 인공연못이라는 궁남지에는 수많은 연잎이 떠 있고, 곳곳에서 서동요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인공연못 한가운데 자리잡은 포룡정을 향해 다리를 건너다보니 '이래서 연못을 만든 거구나' 싶을 정도로 멋졌다.
부여 시내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더 돌아다녀 보고 싶었지만,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이기에 숙소 자체가 많지 않았고 싱키와 함께 잘 곳을 구하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다행히 시내와 조금 떨어진 캠핑장에서 동반을 허락해줬고, 금강의 멋진 풍경을 보며 텐트를 펼쳤다.
캠핑할 때는 떨어진 음식물이나 벌레 등 반려견이 조심해야 할 것도 많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반려견을 주의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싱키도 처음에는 텐트 밖에서 나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안정을 되찾았고, 한밤 중에 짖으면서 주위에 피해를 주는 일은 없었다.
이른 아침 금강가를 거닐며 아침 산책을 한 후, 우리는 다시 서해를 따라 전주로 이동했다. 전주는 한옥의 아름다움이 골목골목에 담겨 있던 예전의 풍경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오목대에 올라가 지붕을 내려다보며 이전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싱키와 한옥마을 한 켠에 자리 잡고 앉아 유명한 길거리 음식들을 사 먹고 전주천을 따라 천천히 산책하다 보니 '그래도 여유롭고 편안한 곳인 건 변함없구나' 싶었다.
전주와 가까운 곳 중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로 유명한 임실 구담마을도 한 번쯤 들러볼 만한 멋진 곳이다. 초록의 산과 나무 사이로 섬진강 한줄기가 흐르고 그 가운데로 징검다리가 놓여 있었다. 마을에서 조금 내려가 싱키와 함께 그 징검다리를 건너볼 수도, 섬진강에 발을 담그고 놀 수도 있었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은 더운 날에도 시원하게 산책하기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곧게 뻗은 나무들만이 나란히 늘어선 길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끝자락에 닿아있었다. 반대편으로 나가면 메타프로방스라는 관광단지가 있는데, 이 곳의 식당과 카페 대부분이 테라스가 있어 싱키와 함께 앉아 식사할 수도 있었다. 메타세쿼이아 길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형견은 출입금지라는 것이다. 죽녹원 역시 소형견만 안고 입장이 가능해 싱키는 대나무 냄새 한 번 제대로 못 맡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죽녹원 바로 앞 영산강을 따라 나있는 담양지구공원에서 산책을 한 것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고창을 지나는 길에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인 청보리밭에도 들렀다. 우리가 간 6월 초에는 이미 보리가 모두 익어 이름과 같은 청보리밭의 싱그러움은 없었지만, 황금빛으로 물든 보리밭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날이 더운데도 바람이 잘 불어 싱키와 함께 이리저리 흔들리는 보리 사이를 거니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산책을 하며 아무렇게나 찍어대는 카메라 안에도 멋진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름난 관광지만 큼직하게 돌아다니다 보니 여행 8일만에 벌써 해남 땅끝마을에 도착해 있었다. 싱키와 함께 우리나라의 땅끝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로 와 닿았다. 땅끝마을에 숙소를 잡고 우리가 지나왔던 길을 살펴보니 서해안을 너무 빨리 훑고 지나왔나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지나간 여행지를 아쉬워하기보단 앞으로 가 볼 곳들에 더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여행코스: 태안-부여-전주-담양-고창-해남
글∙사진=소승현, 전천우(sh1ngk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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