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었다. 나름 공명하다고 평가하는 여행잡지 ‘트래블앤드레저(Travel & Leisure)’에서 2016년 독자가 꼽은 세계 최고의 섬 2위가 필리핀 보라카이란다. (1위도 필리핀 팔라완). 한국인의 평가는 내심 ‘거기 제주 아니니?’하는 눈치였다. 그만큼 가볍고 흔한 여행지란 이야기다. 이런 인기엔 근거가 있을 거로 여겼다. 그저 에메랄드 빛 물빛이야 캐리비안베이에도 있지 않은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낭여행자가 확 매료될 환경은 아니다. 다이버 혹은 서퍼가 아니라면 보라카이에서 할 일? 대략 없다. 애초에 근사한 리조트와 호텔 시설을 꿈꾸지 않았기에, 숙소에서의 안락함은 이미 버린 상태. 무엇보다 해변으로서 갖춰야 할 절대 조건, ‘휴식’에서부터 결격 사유다. 해변은 사람에 치여 시끄럽고, 메인 도로는 시궁창 냄새가 났다. 덥고 습한 이 섬에서의 첫날, 잘못 왔다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런데도 이곳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
보라카이 심장부로 스트레스 없이 들어가기
인천에서 비행기가 닿는 칼리보 국제공항. 아직 보라카이가 아니다. 입성은 복잡하다.
칼리보 국제공항에서 카티클란 항구로 가서 다시 배를 타야 보라카이다. 교통편은 3가지. 공항에서 바로 출발하는 사우스웨스트 버스나 밴을 타든지, 공항 외곽으로 이동해 세레스 버스를 타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사우스웨스트 버스. 버스만 타는 것부터 버스+보트 패키지, 그리고 숙소 문 앞까지 데려다 주는(도어 투 도어) 서비스까지 옵션이 화려하다. 가장 비싸지만 그만큼 편하다. 두 번째, 밴은 공항에서 어슬렁거리면 따라붙는 ‘삐끼’와 흥정을 하거나 환전소 옆 야외 밴 창구에서 직접 이용할 수 있다. 일정 인원을 태워야 출발하는 시스템이기에 언제 출발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끔 적은 인원으로도 출발, 기꺼이 택시로 전환해 현지인을 픽업한다. 영화 ‘패스트 앤 퓨리어스’ 필리핀 편 운전자는 가히 그들 몫일 듯. 중앙선 침범, 심한 커브에서 추월 등 나쁜 건 다 한다. 멀미를 한다면 가장 멀리해야 할 교통편이다.
세 번째는 공항에서 트라이시클을 타고 세레스 버스 정류장에 간 뒤 그곳에서 카티클란행 버스를 타는 방법이다. 짐이 많다면 총 교통비는 노고에 비해 저가가 아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 않은가. 카티클란 항구에서 다시 보트를 타고 카그반 항구로 이동해 트라이시클로 숙소까지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다. 이리 되면 환승만 4번이다.
카티클란 행 교통편 모두 가격에 상응하는 장단점이 있다. 아무리 쫀쫀한 배낭여행자라도 적은 가격 차보다 본인의 스타일에 맞게 선택하는 게 건강상 옳다. 잊지 마시라. 공항 밖을 나서면 목을 조르는 더위가 마중할 것이니.
칼리보 국제공항-카티클란 항구 교통편
.
트라이시클(tricycle)과의 협상의 기술
협상은 필요하지만 흥정에 힘을 뺄 필요가 없다. 여기는 휴양지다. 놀러 와서 얼굴 붉히지 않으려는 마음을 알고 있는 협상가와 흥정은 녹록하지 않다.
일단 숙소에 (외국인 대상) 적정한 가격을 묻는다. 인생은 삼세판! 그 가격대로 3명 기사와 협상하다가 안되면 10페소씩 소심하게 올린다. 섬에서 공항 방면으로 나가든, 반대든 배 시간이 다가오면 흥정은 대략 불가다. 어디를 가든 외국인 상대라면 100페소부터 부르고 본다.
참고로 현지인 상대라면 1대당 8명이 최대 정원(공식적으론 5명까지다), 대략 200페소로 계산한다. 근거리 1회 이동 시 인당 20~40페소 선. 트라이시클마다 이를 드러낸 정식 요금표는 붙어 있지만 난독증에 걸릴 듯 글씨가 작다. 때론 흥정 없이 요금표 그대로 내는, 뚝심 있는 행동도 추천한다.
강미승 여행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보라카이에서 배낭여행자가 사는 법 2– 생활편으로 이어집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