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부문 최우수상 김숙희씨
“92세 엄마, 매일 보호센터 출근
요양보호사 선생님 고맙습니다”
사진 부문 최우수상 이소라씨
“어르신 활동 사진으로 찍다보면
보호사인 내가 감동받는 일 많아”
“호랑이띠 92세의 친정엄마는 오늘도 변함없이 이른 아침을 깨우며 분주합니다. 손거울을 쳐다보며 머리에 기름을 바르시고 여기저기 검버섯을 지우고 싶은 마음이신지 분단장을 하시지요. 열여덟 귀여운 소녀 같아 보입니다.”
광주에서 15년간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7남매 중 막내 김숙희(54)씨. 김씨는 10일 강원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제9회 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및 사진 공모전’시상식에서 수기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씨는 수상 소감에서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었다”며 “친정엄마의 건강한 삶을 책임져주신 주간보호센터 대표님을 비롯해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가 아침마다 분단장을 하고 가는 곳은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주간보호센터이다. 그는 수기에서 “지금은 몇 년 전처럼 엄마를 요양원으로 모셔야 할까를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며 “처음 주간보호센터를 다니실 때는 어떻게 다니실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처음보다 훨씬 건강해지시고, 감기라도 걸려 아프셔도 센터에 가서 누워있고 싶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설렌 마음으로 아침을 깨우는 엄마! 오늘도 전, 엄마의 안전을 책임져주는 요양보호사 선생님에게 진심을 담아 선생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표현했다”고 썼다.
김씨는 2000년부터 지역 노인들을 돌보는 자원봉사단에 몸을 담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되기 전이었고, 몇몇 독거노인가정을 찾아가 청소와 세탁을 해주고 오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버거울 정도였다. 그래도 몸은 피곤해도 마음만은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히 거동이 불편한 친정엄마가 생각나 모시고 살게 됐고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봉사의 경험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더욱 깊게 한 것이다. 그는“어머니를 모신다는 그 자체만으로 가족들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효녀소리를 듣고 살았는데 지금은 효녀라고 하지 않고 천사라고 하더라”며 “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덕분에 지금은 내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되었다”고 전했다.
사진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소라(47ㆍ경남 창원)씨는 현직 요양보호사다. 수상작인 ‘백만송이 홀씨되어’라는 작품은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가 딸이 건네는 민들레를 불어 홀씨를 날리게 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씨는 어르신들의 프로그램 활동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보호자들과 소통한다. 이씨는 수상소감에서 “‘백만송이 홀씨되어’ 속의 어르신은 저희에게 감동을 주신 분“이라며 “치매어르신이라 모를 거라고 생각한 저에게 난 아직 희망을 말할 수 있다 라고 잔잔한 감동을 던져줬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에는 체험수기 11명, 사진 16명 등 총 27명이 최우수상ㆍ우수상ㆍ장려상 등의 영예를 안았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