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적토마' 이병규(43)가 그라운드와 이별을 고했다. 화려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영구결번이라는 영광까지 안았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우승에 대한 아쉬움까지 털어내진 못했다.
지난 시즌 뒤 선수 은퇴를 선언한 이병규는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한화의 경기가 끝난 후 그의 등번호 9번에 대한 영구 결번식을 가졌다. KBO리그 역대 13번째 영구 결번이자 LG에서는 투수 김용수(41번)에 이어 두 번째 주인공이다.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경기 전부터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2만 명이 넘는 팬들이 자리를 지키며 레전드 이병규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설명이 필요 없는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KBO리그를 누볐다. 이병규는 단국대를 졸업하고 1997년 1차 지명으로 프로에 데뷔한 후 일본 주니치에서 뛴 3년(2007~2009년)을 제외하고 17년 동안 줄곧 트윈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성적도 화려했다. 통산 1,741경기에 나와 타율 0.311, 161홈런 972타점 992득점 2,043안타를 기록했다. 1997년 신인왕에 올랐고, 2차례 타격왕(2005·2013년)을 차지했다. 안타 타이틀은 4차례(1999·2000·2001·2005년) 거머쥐었다.
프로 선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에게도 이루지 못한 꿈은 남아 있다. 그는 불의의 사고로 숨져 KBO리그 최초의 영구 결번이 된 김명신(OB)을 제외하고 우승 경험이 없는 유일한 영구 결번자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4년이다. 이병규는 1997년과 1998년, 2002년 등 3차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우승 트로피는 품에 안지 못했다.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그가 LG에 남은 후배들에게 당부를 남긴 이유다.
이병규는 영구 결번식에서 "이병규라는 선수를 말할 때 묵직하게 오는 한 마디가 있다. '무관'이다. 그것 때문에 마음이 더 무거웠고, 같이 하는 선수들에게도 미안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신이 못다한 꿈을 이제는 후배들이 꼭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병규는 "우리 후배들에게 큰 책임을 떠넘기고 가는 것 같아 미안하다. 후배들이 더 단단해져 LG가 숙원하는 우승을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록 우승을 일궈내진 못했지만 그는 주장을 맡았던 2013년 최고령 타격왕에 오르고,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 10연타석 안타를 기록하는 등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긴 암흑기를 벗어난 LG는 이제 가을잔치의 단골 손님이 됐지만, 아직도 정상은 차지하지 못했다. 레전드를 떠나 보낸 만큼 새로운 스타가 나와 팀의 전성기를 다시 열어야 한다. 자신의 뒤를 이을 영구 결번 주인공으로 박용택(38)을 지목한 이병규는 "(박)용택이 다음에는 오지환(27)이 열심히 해 팀을 이끄는 중심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온 그라운드도 그렸다. 이병규는 올해 SKY SPORTS에서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해설위원도 재미 있다. 새로운 야구를 볼 수 있어 좋다"는 그는 "기회가 되면 미국 메이저리그에 가 야구를 배운 뒤 지도자로 돌아와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좋은 팀을 만들고 싶다"고 꿈을 전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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