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등 여야 정치권 한 목소리 비판
“아사드와 ‘화학무기 기구’ 협의하는 꼴”
헤일리 “러 신뢰 않지만 협력해야” 두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사이버보안대(Cyber Security unit)’ 창설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드러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지난해 조직적 해킹을 통해 미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와 사이버 안보를 논의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사이버보안대 창설 협의 사실은 엉뚱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폭로(?)하면서 공개됐다. 그는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푸틴과 나는 뚫을 수 없는 철옹성 같은 사이버보안대를 조직해 선거 해킹을 비롯한 다른 많은 나쁜 일로부터 보호되고 안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즉각 야당의 비판이 쏟아졌다.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쉬프 의원은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사이버 문제와 관련,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다. 매우 위험하고 순진한 발상”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는 “만약 사이버보안대가 우리 선거 시스템 방어를 위한 최선책이라면 차라리 투표함을 모스크바에 메일로 보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당인 공화당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했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푸틴은 절대 믿을만한 동맹이나 신뢰할 수 있는 건설적 파트너가 아니다”라며 “마치 ‘화학무기기구’를 놓고 (시리아의) 아사드와 협력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존 매케인 의원도 “푸틴이 (미국 대선개입) 해킹을 한 만큼 그런 (해킹 방지) 노력에 있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아예 푸틴과의 양자회담을 ‘재앙’이라고 규정하면서 “사이버보안대 창설 구상운 ‘가장 멍청한 아이디어’”라고 혹평했다. 그는 “트럼프는 러시아가 미국 대선을 공격하지 않았다고 믿는 단 한 사람이다. 그는 미 정보당국의 결론을 부정하면서 잘못을 당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비판 여론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대통령 구상을 적극 옹호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함께 협력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이 필요하다”며 “희망컨대 우리는 러시아가 (해킹 등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뢰할 수 없는 러시아를 가까이 두면 언제든 그들을 감시하고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관도 ”사이버안보 논의는 ‘중요한 업적’”이라며 “러시아와 협력해 그들이 다시는 선거든, 사이버 안보 (저해) 활동이든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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