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6000억원 내재된 부실 털고
‘클린 컴퍼니’로 새 시작 발판
반도체 이을 신수종 바이오 부문
기대 밖 성장 예상 매출 2배로
패션 부문도 상사와 협업, 中 진출
삼성물산은 지금 애가 탄다.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된 지 2년째를 맞아 당시 내걸었던 합병의 시너지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 합병 계획이 발표되고 같은 해 7월 17일 양 사의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승인될 때까지 삼성은 합병을 반대하는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을 막으며,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주주들의 찬성을 끌어내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지속적인 불황으로 돌파구 마련이 절실했던 양 사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선택한 것이 합병이라면 이제 그 결실을 맺기 시작해야 할 때다. 2년 전 삼성은 두 회사를 합병해 건설, 상사, 패션, 식음ㆍ레저, 바이오 등 5개 부문의 연계를 통해 연평균 10.2%씩 성장시키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하지만 삼성물산 내 매출 비중이 큰 건설, 패션 부문의 경우 업황 자체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예상했던 것만큼의 높은 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부문은 국내 주택경기 성장세가 예전만 못한 데다 원유값이 떨어지며 중동특수도 많이 축소된 상황이다.
삼성물산 측은 “합병 과정을 통해 구 삼성물산의 건설ㆍ상사 부문에 내재됐던 잠재부실 2조6,000억원을 털어내 ‘클린 컴퍼니’로 새로 시작할 발판을 마련한 것도 합병의 큰 시너지 효과”라고 주장했다. 건설은 2016년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바닥을 찍고 2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면서 획기적인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시너지 효과가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바이오다. 바이오 사업은 ‘제2의 반도체’라 불리며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 사업으로 꼽힌다. 2년 전 합병 발표 당시에도 바이오 분야가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창출 면에서 가장 기대되는 사업부문으로 예측됐다.
9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최대주주가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그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 투자 비중이 높았던 이들 회사는 올해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미국 인도 유럽 시장 등에 진출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 의약품의 위탁생산업체(CMOㆍ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말 3공장이 완공되면 스위스 제약회사 론자, 독일의 베링거 등을 제치고 CMO 기업 중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이 바이오 사업의 주도권을 가지게 되면, 건설부문 역량을 기반으로 생산 시설 투자 효율성이 높아지고, 상사의 마케팅 역량까지 결합하면서 2020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9,500억원, 삼성바이오에피스 8,500억원 등 총 1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의 기대는 이보다 훨씬 높아졌다.
바이오 업계에선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8.7%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데, 특히 CMO는 연평균 15.0%로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이 본격 상업생산에 들어가는 2020년엔 삼성바이오로직스 한 회사만으로도 2조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년 전 예상치 보다 2배가 넘는 것이다.
구 제일모직의 패션부문과 구 삼성물산의 상사 부문의 협업도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 패션 1번가인 화이화이루 중심가에 에잇세컨즈의 첫 번째 플래그십 매장이 문을 열었다. 총 면적 3,550㎡에 이르는 초대형 매장 개설엔 글로벌 경험이 많은 상사의 도움이 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한 회사가 되지 않았다면 에잇세컨즈의 중국 진출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장 분석 및 매장의 인허가 과정 등에서 상사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의 선전을 마중물 삼아 삼성물산 합병의 시너지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 덩치가 큰 건설, 상사, 패션 부문에서 협업의 효과가 나타나면 조만간 합병의 정당성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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