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 91.4%ㆍ오리 92.4% 등
계열화 비율 점점 높아지자
사업자-농가간 불공정거래 늘어
법 위반 땐 과태료 상향하고
갑질 범주 확대 등 제재 강화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계열화 사업자의 ‘갑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 본사의 횡포와 오너의 일탈에 가맹점주들만 피해를 입는 프랜차이즈업계를 반면교사 삼아 농가들을 좀 더 확실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축산계열화 사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오는 9월 입법예고된다. 농식품부는 개정안에 ▦계열화 사업자 준수사항 추가 ▦법 위반 시 계열화 사업자 처벌 강화 ▦계열화 사업자 등록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축산 계열화 사업이란 가축의 사육과 축산물의 생산ㆍ도축ㆍ가공ㆍ유통 기능의 전부 또는 일부를 통합 경영하는 사업을 일컫는다. 계열화 사업자는 사육계약을 체결한 농가에 가축, 사료 등 사육자재를 공급하고, 출하 때 사육수수료를 지급한다. 사육과 유통 과정을 분리해 사업자는 생산비는 절감하고 농가는 안정적으로 소득을 유지하자는 취지다. 계약서 상 사업자가 ‘갑’, 농가가 ‘을’이 된다.

정부가 계열화 사업 규제 강화에 나서는 것은 축산업계 계열화 비율이 점점 높아져 계열화사업자-농가간 불공정거래가 미치는 파급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화 비율은 2015년 기준 육계가 91.4%, 오리가 92.4%, 돼지가 14.7%다. 특히 육계의 경우 전체 물량의 70% 가량을 상위 10개 업체가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치킨 프랜차이즈 등 소비 채널까지 보유한 사업체의 시장 지배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런 구조이다 보니 계열화사업자가 갑의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려도 농가들은 불만을 토로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양계농가를 운영하는 A씨는 “사업자가 불만을 제기하는 농가에는 품질이 좋지 않은 병아리를 위탁해 고사시키는 방식으로 농가들을 길들인다”고 귀띔했다.
농가를 보호하는 제도적 기구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2013년 축산계열화사업법이 시행됨에 따라 농식품부에 ‘축산계열화사업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돼 분쟁사항을 맡게 됐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은 단 1건뿐이었다.
농식품부는 사업자의 횡포를 막기 위해 ‘갑질’의 범주도 넓힌다는 방침이다. 현재 축산계열화사업법 상 계열사가 지켜야 할 준수사항(제9조)은 ▦출하 가축 수령 거부 ▦사육경비 감액 ▦품질 기준에 미달하는 사육자재 공급 등 8가지다. 여기에 ▦금품 수수 요구 행위 ▦타 계열사 이동 방해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준수사항 위반 시 최대 3,000만원에 불과한 과태료도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부처 수장이 바뀌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김영록 신임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4일 취임식에서 “축산계열화 업체와 계열농가 간의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겠다”며 6대 당면 과제 중 하나로 축산계열화사업 개혁을 꼽았다. 그는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계열농가와 소비자를 함께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