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환 작전 9개월 만에 승리
IS, 시리아 락까서도 패퇴 임박
종전 후 이라크 분열상 가속화
IS 게릴라식 테러 세계 확산 우려

이라크 정부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최대 거점 도시인 모술의 ‘해방’을 공식 선언했다. 이라크군과 미국 주도 동맹군이 모술과 시리아 락까 등 주요 거점에서 IS를 사실상 몰아내면서 대테러 전쟁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제사회가 당장의 승리에 도취해 극단주의를 방치할 경우 테러의 세계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등 ‘포스트 IS’ 시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라크 국영 이라키아TV에 따르면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9일 모술 시내에 도착해 IS를 상대로 한 승리를 선포하고 “모술은 해방됐다”고 발표했다. 알아바디 총리는 “영웅적 전사들과 이라크 국민이 대대적 승리를 거둔 것을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모술 해방 선언은 이라크군이 모술 탈환 작전을 개시한 지 약 9개월만에 이뤄낸 쾌거다. IS가 이 도시를 점령한 2014년 6월10일 이래 3년만의 수복이기도 하다.
인구 200만여명의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은 그간 IS 세력의 핵심이자 절정을 상징했다. 수도 바그다드와 터키, 시리아를 잇는 교통의 요지인 데다 유전지대가 가까워 한때 이라크의 경제 수도로 불렸으나, IS가 2014년 6월 당시 모술을 이틀 만에 기습 점령한 후 전 세계 IS 테러의 ‘돈줄’로 전락했다. IS는 모술에서 자체 행정조직, 학교, 경찰서, 법원을 세우고 자체 화폐를 유통하는 등 실제 국가처럼 통치하면서 모술 주민에게 빼앗은 재산, 고대 유물 밀매, 은행 금고 탈취 등으로 조직 운영자금을 모았다.
모술 탈환 소식이 전해지면서 IS의 완전한 패퇴가 임박했다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IS 수도 격인 시리아 북부 락까 역시 연합군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민주군(SDF)이 사실상 재탈환했다. SDF는 락까로 연결되는 모든 진입로를 확보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IS가 파괴한 알누리 대사원도 수복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승전이 다가올수록 인명 피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IS가 마지막까지 결사 항전하며 ‘인간방패’로 붙잡은 민간인 각 2만명(모술), 10만명(락까)의 생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엔은 “최근 한 달간 연합군의 IS 점령지에 대한 집중 공습으로 민간인 17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모술에서도 여전히 총성이 들리는 등 전투가 흔적 없이 끝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은 전했다.

종전 후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 독립운동 등 계파별로 찢긴 이라크의 분열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모술과 락까는 극단주의를 수용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춰 IS가 3년 넘게 지배할 수 있었다”며 권위주의 통치가 계속되는 한 이라크의 정치적 안정은 요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조직원을 모집하는 등 사이버 선전ㆍ선동에 능한 IS가 반군 형태의 게릴라식 테러로 전환하면 위험성은 오히려 배가된다. 지난달 영국 런던 모스크 테러 등 이미 유럽은 IS를 추종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증오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리적 근거지에서 벗어난 IS 조직원들이 세계 곳곳에 거점을 마련해 수시로 테러를 일으키면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 뉴욕타임스는 “최근 3년간 유럽과 북미에서 발생한 테러 51건 중 범인의 18%(65명)만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건너온 것으로 나타났다”며 “IS는 모술과 락까에서 쫓겨나더라도 패배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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