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첫 다자외교 무대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지난달 말 첫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독일 방문까지 문 대통령의 11일 간의, 숨가빴던 외교일정도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의 G20 회담은 취임 후 처음으로 다자간 정상외교의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4박6일 간의 독일 방문 일정에서 문 대통령은 9개국과의 10차례 양자회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ㆍ유엔 사무총장ㆍ세계은행 총재 등 국제기구 수장과의 면담에 이어 이틀간의 G20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중국ㆍ일본ㆍ러시아 정상과 처음 양자회담을 가짐으로써 지난해 하반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로 전면 중단된 한반도 주변 4강 외교를 복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세계를 주도하는 주요 20개국 정상들 앞에서 한반도 문제에서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지지를 획득하고, 북핵의 평화적 해법에 공감을 끌어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흡수통일을 배제한 평화추구,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을 촉구하는 한반도 평화구상을 제의해 관심을 모았다. 이어 G20 회의에서는 국제 경제ㆍ무역 협력체라는 제한된 외교환경에도 불구하고 의장국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심각한 북핵 위협에 언급하도록 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서 압박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우리측 노력에 대한 원론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화를 위한 각론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은 한계이자 숙제다.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비핵화가 대화의 전제조건임을 재확인하면서 보다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한다는, 대화와 교류를 강조한 쾨르버 연설과는 배치되는 내용의 공동성명이 채택된 게 단적인 예다. 이런 차이는 한중, 중일, 한러 정상회담 등 양자회담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사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처음 얼굴을 맞댄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드에 대한 직접적 언급조차 못한 채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이라는 두루뭉실한 의견 봉합에 그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도 마찬가지다. 중일 회담에서 시 주석은 “미국의 독자제재에 반대한다”고 추가제재에 노골적 반대입장을 표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 규탄성명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불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더욱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또 우리의 대북 접근법이 국제사회의 추인을 얻은 것 자체는 소득이지만, 현실적 동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수도 있다. 그 성패는 결국 주변 4강과 앞으로 어떤 외교적 소통을 해나가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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