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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홍명보 史' 반복 않으려면 '신(信) 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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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홍명보 史' 반복 않으려면 '신(信) 태용'

입력
2017.07.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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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명보-신태용(오른쪽)./사진=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2014년 7월 10일은 한국 축구의 가슴 아픈 날로 기억된다. 홍명보(48) 당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사퇴 기자회견을 했던 날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 8강전에서 승부차기 결승골을 넣으며 한국 축구 4강 신화를 완성했던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1무2패)의 책임을 통감하며 경질 당하다시피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정확히 3년이 지났다. 한국 축구의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대표팀 감독 자리는 여전히 '독이 든 성배'다. 울리 슈틸리케(63)가 경질되면서 등장한 한국 축구의 소방수는 신태용(47) 감독이다. 하지만 자칫 홍 전 감독처럼 '일그러진 영웅'으로 전락하게 되진 않을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신 감독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했다. 임무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4승1무3패(승점 13)로 조 2위에 올라 있다. 조 1, 2위가 본선 티켓을 거머쥐는데 이미 1위 이란이 6승2무(승점 20)로 남은 두 경기에 상관없이 러시아행을 확정했다. 한국이 조 3위로 밀리면 B조 3위와 플레이오프(홈앤드어웨이)를 치러야 하고, 거기서 이기면 북중미 4위와 최종 플레이오프(홈앤드어웨이)를 벌여 러시아행 막차를 탈 수 있다.

신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 10차전인 이란전(8월31일)과 우즈베키스탄전(9월5일)에서 대표팀을 지휘한다. 이 경기들의 결과에 따라 그의 운명이 갈린다. 본선행 실패시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게 된다.

이보다 가혹할 순 없다.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않은 데 원하는 결과는 내야 하는 상황이다. 화끈한 성격의 신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제안은 대한축구협회(KFA)에서 했다. 일차적으로 축구협회의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다. 신 감독이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가 '신태용 카드'를 너무 빨리 꺼내 들었다는 생각이다. 현재로선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돼도 신 감독에게 큰 책임을 물지 말자는 분위기이지만, 남은 두 경기 후 여론이 급변할지는 사실 알 수 없는 일이다. 신 감독은 지난 달 끝난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 탈락으로 일각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최근 만난 한 축구계 원로는 "국내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16강 탈락을 했다. 결코 잘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신 감독을 향해 쓴소리했다.

월드컵 본선 탈락은 신 감독의 지도자 생활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친선전 결과에 따라서도 욕을 먹는 게 대표팀 수장 자리다.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 하더라도 월드컵 본선 좌절이라는 성적표를 실제로 받아 들면 여론은 비판의 화살을 신 감독에게 겨눌 수밖에 없다. 차라리 신 감독에게 2020년 도쿄 올림픽 감독의 기회를 주고 이후 성인대표팀 수장에 앉히는 게 한국 축구의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을까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급한 불 끄려고 전도유망한 젊은 감독을 내세운 건 한국 축구로서도 큰 손해다. 한국 축구는 3년 전 젊은 지도자 홍명보를 잃었다. 홍 전 감독 역시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하려 뛰어들었다가 성적에 대한 책임보다 과한 비판을 받으며 불명예 퇴진했다. 신 감독은 한국 축구의 고질적 문제인 '소통 부재'를 해결할 리더로 꼽힌다. 그는 2015년 1월 급성 백혈병에 걸린 고(故) 이광종 감독 대신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맡아 이듬 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강으로 이끌기도 했다. 미래가 기대되는 유능한 감독이다.

한국 축구는 '홍명보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이 필요하다. 신 감독의 코치진 발탁과 선수 선발에 관해 적극 지원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감독 고유의 권한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여론도 차분하고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는 자리를 수락한 신 감독이다. 축구협회와 여론이 '신(信) 태용' 해준다면 신 감독은 두 달 후 '신(神) 태용'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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