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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퉁 불은 이 발의 주인은 누구일까

입력
2017.07.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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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발은 물에 불어 퉁퉁해졌고 발등 윗부분은 새까맣게 탔다. 얼핏 힘든 일을 하는 남성의 발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20대 여성의 발이다.

이 발의 주인은 지난달 초 프랑스에서 열린 플라이보드 2017 월드챔피언십 우승자 박진민(28)씨다. 플라이보드는 제트스키의 추진력으로 공중을 나는 신종 스포츠로, 박씨는 세계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한국인 프로라이더다. 토슈즈에 짓눌린 발레리나 강수진씨 발만큼 충격적인 비주얼은 아니지만 그녀의 발에도 그간 흘린 땀이 배어있다.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캐리비안 베이에서 10분간 플라이보드 공연을 마치고 축 처져있던 박씨를 만났다. 머리에서부터 흘러 내린 물방울을 따라 내려간 시선은 발에 꽂혔다. “발 못 생겼죠. 콤플렉스인데…”라면서도 박씨는 굳이 발을 숨기지 않았다. (위 사진도 박씨가 직접 찍어줬다.)

지난달 플라이보드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프로라이더 박진민씨가 밝게 웃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지난달 플라이보드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프로라이더 박진민씨가 밝게 웃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안정적인 미술교사를 그만뒀는데 집에서 반대가 심했을 것 같다.

“서울 금천구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다 2015년 사직서를 냈다. 엄마도 국어교사였는데 당연히 엄청 반대하셨다. ‘교사 하면서 취미로 하면 된다’고 하셨지만 젊을 때 내가 원하는 삶에 도전하고 싶었다. 지금은 겨울에 스키 코치를 하고, 여름에는 플라이보드를 탄다. 후회는 없다.”

-플라이보드의 매력은 무엇인가.

“2015년에 수상스키를 타러 갔다 근처에 있던 플라이보드를 체험한 뒤 빠져 들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지만 스스로 제어하며 창공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는 현재 플라이보드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최고 20m 높이까지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짜릿하다. 마치 신이 된 것 같다.”

-체력 소모가 엄청나 보인다.

“제트스키 엔진이 약 8,000RPM(분당 회전수)으로 뿜어내는 수압이 호스와 연결된 데크(발을 딛고 서는 부분)를 밀어내 사람이 공중으로 뜨게 된다. 처음 하면 서 있기조차 힘들고 10분만 타도 엄청나게 운동이 된다. 발이 큰 압력을 받는다. 다리가 튼튼하고 균형감각이 좋아야 되는데, 나는 스키를 오래 타서 기본 체력이나 균형감각 같은 게 유리했다. 아, 겁이 없어야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것 같다.

“절대로 아니다. 스키는 대학(경희대 한국화과) 입학 뒤 동아리 활동으로 처음 접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운동이란 걸 모르고 살았다. 스키를 아주 잘 타지는 못해도 열심히 하니까 아마추어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의 실력이 됐다.”

프로라이더 박진민씨가 캐리비안 베이 파도풀 위로 상승한 뒤 수평으로 날고, 돌고래처럼 물속으로 잠수했다 나오는 역동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프로라이더 박진민씨가 캐리비안 베이 파도풀 위로 상승한 뒤 수평으로 날고, 돌고래처럼 물속으로 잠수했다 나오는 역동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플라이보드 가격은 얼마 정도인가.

“플라이보드는 프랑스 회사가 처음 개발했고, 현재 프랑스와 미국에서만 제작한다. 국산은 아직 없다. 지금 타는 건 프랑스 제품이다. 제트스키를 포함한 전체 가격은 약 3,000만원이다. 20m 길이 호스와 데크만은 800만원 정도다.”

-키가 158㎝로 크지 않다. 해외 선수들과의 체격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나.

“체구가 작은 대신 기술을 펼치는 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다. 외국 선수보다 몸무게가 가벼워 더 높이 상승할 수도 있다. 다만 여자라 힘이 떨어지는 게 분하다. 남자 선수들처럼 힘이 좋았다면 더 좋은 기술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프랑스 대회 상금이 얼마였는지 궁금하다.

“1,500 유로로 많지 않다. 한국 돈으로는 200만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었다. 상금은 부모님께 전부 드렸다. 난 소속사(T&I컬처스)가 있어 기본적으로 월급을 받는다.”

-캐리비안 베이 공연은 한정된 공간(파도풀)에서 한다. 위험하지 않나.

“사전에 충분히 연습을 하며 지형을 익혔고 컨트롤에 자신이 있어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셔서 힘이 솟는다. 4분간 상대 선수와 겨루는 정규대회와 달리 공연시간은 보통 10분 기준이라 준비할 프로그램이 많긴 하다.”

공중에서 뒤로 회전하는 프로라이더 박진민씨. 에버랜드는 폭발적인 반응에 당초 이달 9일까지 계획했던 캐비리안 베이 플라이보드 공연을 다음달 15일까지 연장했다. 에버랜드 제공
공중에서 뒤로 회전하는 프로라이더 박진민씨. 에버랜드는 폭발적인 반응에 당초 이달 9일까지 계획했던 캐비리안 베이 플라이보드 공연을 다음달 15일까지 연장했다. 에버랜드 제공

-굉장히 역동적이라 광고계에서 러브콜이 올 것 같다.

“어떻게 알았나? 광고 촬영 섭외가 한 건 들어왔는데 논의 단계라 밝힐 수는 없다. 주류 업계 행사 초청도 받았지만 아직까지는 모두 미확정이다.”

-프로선수 생활은 얼마나 할 수 있나.

“앞으로 길면 5년 정도. 그런데 해외 남자 선수들은 베테랑 클래스가 있어 40대 이상 선수도 많다. 만약 여자 선수층이 두터워지면 나 역시 40대에도 현역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는 한다.”

-프로라이더로서 목표가 있다면.

“무조건 열심히 하는 거다. 그리고 더 어려운 고난도 기술도 개발하고 싶다. 나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플라이보드의 매력을 접하면 좋겠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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