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세상읽기]결혼(結婚)과 비혼(非婚) 사이에서
강남의 결혼예식관련 업체들이 올 들어 다수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웨딩’과 관련하여 대표적 중심지인 강남에서도 지난 1년간 약 30%(394개 -> 268개)의 업체들이 영업을 중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앞두고 예식장을 구하기가 어려워 애태우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뜻밖의 변화다.
불황의 장기화에 따른 간소한 결혼을 선호하는 추세도 이러한 변화에 한 몫 했겠지만, 사회적으로 결혼 자체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 보다 보편적 설명일 것이다. 10년 전에 33만 건이었던 혼인 건수가 2016년에는 28만 건으로 줄어들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있었다.
한 사회의 건강한 유지를 위해서 구성원의 재생산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사회적 재생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출산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혼은 현재의 제도 속에서 선행하는 전제가 된다. 인구절벽 혹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사회적 노력이 강구되고 있기에 결혼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결혼’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아주 오래된 일상적 용어라면 ‘비혼(非婚)’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개념이다. 뉴스 기사 건수를 통해 보더라도 ‘비혼’과 관련된 기사는 2015년부터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제까지 결혼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 주로 사용되었던 말은 ‘미혼(未婚)’이나 ‘이혼(離婚)’이었다. 미혼이 결혼을 전제로 하여 ‘아직 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가 강한 반면, 비혼은 결혼을 보다 개인에게 선택적으로 대상화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빅데이터로 세상읽기’에서는 ‘비혼’을 키워드로 하여 무엇이 결혼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변화시킨 것인지, 그리고 비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뉴스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언급되고 있는 비혼을 둘러싼 연관어에 대한 분석과 함께 결혼 관련 주요 통계치를 통계청 자료를 통해 살펴보았다.
결혼은 남녀가, 비혼은 여성이
SNS와 뉴스 기사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비혼’ 연관어는 ‘여성’이었다. ‘남성’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으로 나타났다. 결혼이 남녀의 결합을 통해 형성되는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혼과 관련한 논의에 있어서는 여성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여성과 함께 SNS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연관어가 ‘행복’이라는 점을 통해 볼 때, 결혼과 함께 여성이 포기하는 사회적 성취나 부과되는 사회적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게 한다. ‘정책’이나 ‘임대주택’과 같이 비혼자나 여성을 위한 새로운 모색의 필요성도 제기되었고, ‘반려동물’처럼 배우자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대상에 대한 언급도 나타나고 있었다.
뉴스 기사에서 ‘비혼’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저출산’이었다. ‘출산율’과 함께 우리 사회의 인구증가율 감소의 원인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과 관련된 연관어도 많이 눈에 띤다. ‘일자리’나 ‘혼인세액공제’ 등이 결혼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줄이고, 결혼을 장려하기 위한 대책의 차원에서 언급되었다.
전반적으로 볼 때, 결혼은 개인간의 선택과 결합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가지 사회적 조건들 중에서 경력단절없이 기혼 여성의 안정적 고용과 일자리 확보라는 경제적 환경이 기반적 중요성을 갖는 것으로 판단된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도 있겠지만, 가치관의 변화에 작용하는 물리적 기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대목이다.
결혼과 여성 고용은 불가분의 함수이다
이와 함께 20여년간의 여성고용률과 혼인율에 대한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았다. 1990년에 46.2%를 나타내었던 여성고용률이 2016년 56.2%까지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의 혼인율은 9.3‰(천분율)에서 5.5‰로 감소했다. 여성고용도 증가했지만, 비율적으로는 혼인율의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런 추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지만, 혼인이 줄어들면서 고용이 증가했다는 설명보다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증가하면서 결혼에 대한 실질적 필요가 감소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비혼이 여성의 일자리와 관련해서 많이 논의되고 있고, 또 여성 고용이 증가와 혼인율의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많은 함의를 가진다. 여성이기에 출산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제도 운영을 통해 고용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도모할 수 있는 일이다. 데이터에 나타난 것처럼 그동안 우리의 여성 고용률은 증가했고, 증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ECD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아직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결혼을 당연한 명제로 두지 말고, ‘여성의 일자리’와 ‘결혼’이 서로 상쇄되는 요소가 되지 않도록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 비혼의 시대에 우리 사회의 오랜 과제인 양성 평등과 함께 저출산에 대한 근원적 대책의 마련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 데이터 출처: 뉴스기사 자료는 1990년부터 2017년 6월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서비스를 이용하여 추출함. SNS관련 자료는 블로그와 트위터 데이터를 대상으로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를 이용하여 2017년 4월부터 6월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추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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