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새로 이끌게 된 신태용(47) 신임 국가대표 감독은 현역 시절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렸다. 그는 키 174cm, 몸무게 67kg로 축구 선수치고 왜소한 데다 스피드가 빠른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 수비수들이 ‘약 올라 죽을’ 정도로 영리하게 볼을 찼다. 눈치도 빨라 운동부 구타가 일상화돼 있던 시절에도 맞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신 감독은 국가대표 지도자가 되며 ‘소방수’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원래 국가대표 코치였던 그는 지난 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이끌던 고(故) 이광종 감독이 병마로 물러난 자리를 2015년 2월 이어받았다. 작년 12월에는 성적 부진으로 중도 하차한 안익수(52) 전 감독에 이어 U-20 대표팀을 책임졌다. 팀을 맡은 기간이 짧았음에도 빠르게 안정화시키며 리우올림픽 8강, U-20 월드컵 16강의 성적을 냈다. 마침내 국가대표 지휘봉이 신 감독에게 주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전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연이어 졸전을 펼치자 경질하고 신 감독에 ‘SOS’를 보냈다. 세 번째 소방수 등극이다. 앞선 두 번보다 위험 부담이 더 크다. 한국은 최종예선을 두 경기 남기고 있는데 결과가 안 좋으면 1986년부터 이어진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물거품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신 감독의 지도자 인생도 끝이다. 하지만 그는 “걱정 마라”며 특유의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 신 감독은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냈지만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없어 한 번도 월드컵 무대를 못 밟았다. 선수로서 못 뛴 월드컵무대에 감독이 돼 입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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