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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동병상련

입력
2017.07.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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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붙어 있는 페르시아만의 작은 반도국가다. 경기도 면적에 인구는 220만명밖에 안 되지만 어마어마한 자원부국이다. 우리도 상당량을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는 매장량ㆍ생산량이 세계 3위다. 그래서 심심치 않게 1인당 GDP 세계 1위에 오른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 이면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지정학적 요충지인 까닭에 고대 이래 페르시아 로마 오스만터키 제국 등으로부터 수많은 침탈과 지배를 받았다.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영국 보호령으로 있다가 1971년에야 독립했다.

▦ 올해 37세인 셰이크 타밈 국왕은 2013년 즉위식에서 “우리만의 비전이 있고 다른 누구의 명령에도 따르지 않는다”고 해 중동에 평지풍파를 불렀다. 수백 년 이어져 온 사우디 속국 신세를 거부하고 자주국가를 표방한 것이다. 사실 카타르의 변신은 그의 부친 하마드 국왕이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찬탈한 뒤 중립외교를 선언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이스라엘 대표부 설치, 이란과의 관계개선, 미군 중부사령부 유치 등 아랍국가들의 전통적인 정책에 배치되는 조치를 쏟아 냈다.

▦ 최근 사우디 등 아랍 수니파 4개국이 카타르에 단교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것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을 두둔하고 시아파 테러단체를 지원했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배경에는 카타르의 ‘배신’에 대한 괘씸죄가 깔려 있다. 특히 카타르가 세운 알 자지라 방송이 인권탄압, 일부다처제, 왕족들의 방탕 등 중동 독재왕정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 분노를 키웠다. 하마드 국왕이 아들에게 생전 양위한 것도 종신 걸프 왕정의 역린을 건드렸다. 얼마 전에는 “이란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타밈 국왕 연설 보도까지 나왔다.

▦ 생필품의 절반 이상을 사우디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카타르는 단교 이후 혹독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알 자지라 방송 폐쇄, 이란과의 단교 등 사우디가 요구한 13개 조항의 최후통첩을 거부해 안보협력체인 걸프협력기구(GCC) 퇴출 등 추가 제재도 예상된다. 사우디와 육로로 접해 있고, 바다 건너편에는 이란이 있는 카타르의 신세는 우리와 흡사하다. 전통적 주종관계였던 사우디와 신흥강국 이란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자임하다 초래한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니파 국가를 동원해 반이란 전선을 구축하는 것도 시사적이다. 동병상련을 느낀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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