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계엄군이 남부 민다나오섬 마라위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과 한 달 반째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마라위 파괴 수준이 이라크 모술과 비슷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모술은 이라크군이 IS 격퇴를 위해 지난해부터 시가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7일 CNN과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미국 전략 정보ㆍ분석 업체인 스트랫포(STRATFOR)가 제공한 위성 사진을 분석, 마라위시 절반가량이 계속되는 공습과 포격에 초토화됐다고 7일 보도했다.
심 택 스트랫포 선임 분석가는 “공습과 포격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파괴 정도가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며 “다른 전쟁지역 상황과 비교해보면 마라위는 이라크 모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 스트랫포 영상 자료에 따르면 폭삭 주저앉은 가옥들이 상당수다.
이같은 가옥들의 파괴는 계엄군의 포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 IS 추종 무장세력인 마우테는 지난 5월 무장대원을 마라위에 투입, 도시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으며 정부군은 야포와 전투기로 도시 탈환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정부군은 과거 상업지역이었던 봉골로를 중심으로 반경 1㎞ 지역을 포위한 채 막바지 소탕전을 벌이고 있다. 이슬람 사원인 마스지드 민다나오 이슬람센터(사진 속 원)는 비교적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필리핀 현지 언론은 경찰청이 최근 시민을 상대로 물의를 일으킨 경찰관 2명을 마라위 시로 전보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마라위 시에 경찰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비리나 부패 등을 저지른 경찰관들을 징계 차원에서 더 많이 이 지역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델핀 로렌자나 국방부 장관은 “군 지휘관들에게 문젯거리를 안겨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투를 잘하는 사람”이라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민다나오 섬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 지아 아론토 아디옹도 “(경찰이) 우리 지역을 쓰레기통처럼 취급하는 것이냐”며 경찰의 징계 방식에 불만을 터뜨렸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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