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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4조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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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4조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입력
2017.07.0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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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영업익 50조원 돌파 가시권…3분기에도 기록 경신 예상

반도체 선제 투자 주효했지만 차세대 IT분야선 존재감 뒤져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액ㆍ영업이익ㆍ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한 번도 꺾지 못한 미국 애플까지 추월이 확실한 경이로운 실적이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위기감으로 냉랭하다.

반도체 호황에 제조업 수익 1위에 등극

삼성전자가 7일 공시한 2분기 잠정실적 중 매출액(60조)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영업이익 14조원이다. 올해 2분기와 매출액(59조2,800억원)에서 큰 차이가 없었던 2013년 4분기의 영업이익은 8조3,100억원이었다. 매출액은 비슷한데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이익률은 14%에서 23.3%로 10%포인트 가까이 대약진을 했다.

이런 ‘어닝 서프라이즈’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의 덕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중 반도체가 8조원 정도를 책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은 40% 중반, 일부 D램 제품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성공에 힘입어 정보기술(IT)ㆍ모바일 부문이 약 3조7,000억원, 글로벌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의 97%를 점유한 디스플레이가 약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해외 증권가에서는 애플의 2분기 영업이익을 105억5,000만달러(약 12조2,100억원)로 추산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첫 승리가 확실하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를 평정하고 있는 소위 FANG(페이스북ㆍ아마존ㆍ넷플릭스·구글)도 실적 면에서는 상대가 안 된다. 해외 시장에서는 FANG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를 111억5,000만달러(약 12조9,1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지속돼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2분기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간 영업이익 첫 50조원 돌파도 가시권이다. 단일 기업이 한 해에 버는 돈이 2015년 기준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400억 달러(약 46조원ㆍ미국 CIA 추정)보다 많은 셈이다.

호송차에서 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호송차에서 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미래 시장 주도권을 쥐지 못한 불안감

삼성전자의 기록적 수익의 밑바탕에는 수년 전 경쟁업체를 압도적으로 따돌리는 대규모 선제 투자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수년 앞을 생각하면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쉽게 웃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등했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면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국가 차원에서 약 200조원을 투자하고 있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대량 생산에 돌입하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HIS는 세계 D램 시장 매출이 올해 553억 달러, 내년에 578억 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9년에는 534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몰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적자를 낸 2001년 3분기(-3,810억원)와 4분기(-2,210억원), 2008년 4분기(-5,600억원)의 기록이 재현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산업의 방향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영역에서 아직 삼성전자가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단지 시장의 흐름에 따른 부수효과를 누린다는 점도 불안감을 갖게 한다.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세계 IT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난해 11월 약 9조원을 들여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올해 2월 이후에는 대형 인수합병(M&A) 성사 소식을 한 건도 내놓지 못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치고 나가야 할 시기에 정체돼 있다는 게 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지난 4일 웨이퍼 출하식을 갖고 가동에 들어간 삼성전자 평택 1라인 전경. 평택 1라인은 단일 반도체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 4일 웨이퍼 출하식을 갖고 가동에 들어간 삼성전자 평택 1라인 전경. 평택 1라인은 단일 반도체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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