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척스카이돔/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무더위와 장마가 시작됐다. 국내 최초의 돔야구장 고척스카이돔의 진가가 드러나는 계절이 왔다.
6일 서울에는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찜통 더위'에 이어 폭우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날 고척돔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치른 넥센과 한화 선수들은 무더위도 장마도 두렵지 않았다. 훈련부터 경기까지 쾌적한 온도에서 마음껏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돔 구장의 가장 큰 장점은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름에도 에어컨이 가동되니 '무더위'는 남의 이야기다. 홈팀 넥센은 이미 지난 5월 말부터 에어컨을 켜기 시작했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경기장 온도는 섭씨 25~26도 정도에 맞춘다"고 설명했다. 바깥의 날씨가 더워질수록 고척돔 안의 기온은 더 차갑게 느껴진다.
쾌적한 환경은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준다. 선수들은 시즌 중반이 되면 고갈되는 체력에, 뜨거운 날씨와도 싸워야 하지만 고척돔에서는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넥센 내야수 김민성(29)은 '고척돔 효과'에 대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는 "장마철은 덥고 습하기 때문에 뛰다 보면 땀도 많이 난다. 땀이 난다는 건 그만큼 지친다는 건데 고척돔에서는 그런 게 없다. 일정한 온도에서 뛰기 때문에 확실히 체력적으로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넥센 뿐만 아니다. 타 구단 선수들에게도 한 여름 고척돔은 '천국'이다. 선수들은 "여름에는 고척돔이 정말 좋다. 여기서 몇 경기만 더 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넥센은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쓰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고척돔 효과'를 누렸다. 지난 시즌 7월 한 달간 14승7패 승률 0.667로 월간 1위를 기록했고, 8월에도 13승10패 승률 0.565(3위)로 선전했다. 장정석(44) 넥센 감독은 "우리가 돔구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여름에) 유리한 것 같다. 경기는 주로 저녁에 하지만, 훈련은 더운 낮에 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힘들어 한다. 하지만 홈 경기 때는 시원한 상황에서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 다른 구단에서도 우리와 경기를 할 때 '시원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설명했다.
우천 순연이 없다는 건 고척돔의 또 다른 메리트다. 장마철에도 경기가 연기되지 않기 때문에 선발 로테이션 등이 꼬일 일이 없다. 경기를 운용하는 감독 입장에서도 날씨로 인한 '돌발 변수'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다. 타 구장이라면 비가 올 때마다 선수단이 우천 연기 여부를 확인하느라 어수선해지지만, 고척돔에서는 그런 장면 역시 없다. 이런 작은 차이가 경기력과도 직결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타 구단 감독들도 고척돔을 부러워한다. 김진욱(57) kt 감독은 "넥센이 지난해에도 고척돔으로 효과를 많이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문(59) NC 감독도 "여름이 오면 넥센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시원하지 않나. (돔 구장을 쓰지 않는) 다른 구장과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척돔에서는 우천 연기로 인한 휴식이 없기 때문에 넥센이 한여름 레이스에서 체력적으로 지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선수들은 이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김민성은 "우천 취소가 없어서 못 쉰다고들 하지만 그만큼 좋은 환경에서 뛰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히려 '시원한' 고척돔이 걱정거리로 돌아오는 때는 따로 있다. 쾌적한 환경에 적응이 된 넥센 선수들이 '밖으로' 나갈 때다. 지난해 넥센 사령탑을 맡았던 염경엽(49) SK 단장은 당시 "고척돔에서 경기를 하던 선수들이 원정 경기만 가면 더운 날씨에 확 지치더라"며 고민을 자주 드러내곤 했다. 홈과 원정의 '온도 차'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넥센의 '여름 숙제'가 될 수 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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