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로 긴급소집 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의 반대로 대북 규탄성명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주 유엔 미국 대표부는 “북한의 ICBM발사를 강력히 규탄하고 중대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언론성명 초안을 제안했는데, 이를 회람한 15개 안보리 이사국들 중 러시아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ICBM이 아닌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초안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중거리 탄도 미사일의 전술 기술 특성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도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ICBM이 아닌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며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태도는 러시아의 대북 추가제재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입장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ICBM으로 규정할 경우 그만큼 제재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성명 초안 내용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지 반대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 언론 담당관은 “(러시아가 반대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발사체를 ICBM으로 분류하지 않고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성명을 작성한 미국에 대해 이 부분을 적절히 수정할 것을 제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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