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 수십명이 野 의원 폭행
의회에 불지르기 집기 약탈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놓고 촉발된 베네수엘라 소요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급기야 의회까지 폭도들에 공격당하면서 점점 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빨간색 옷을 입고 흉기로 무장한 정부 지지자 수십여명이 수도 카라카스의 의회 건물에 난입해 야당 의원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둘렀다. 마스크 차림을 한 이들은 별다른 제지 없이 의사당에 진입한 뒤 내부를 휘젓고 다니며 의원들을 막대기와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폭력 사태로 10여명의 의원이 다쳤으며, 야하이라 데 포레로 의원 등 몇몇은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됐다. 폭도 일부는 의회 정원에 불을 지르고 내부 집기를 약탈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당시 의회에서는 206주년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특별 회의가 열리던 중이었다.
현지에서는 정부가 사주한 ‘기획 폭력’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엘 아이사미 부통령이 행사 도중 예고 없이 의회를 찾아 마두로 대통령 지지를 호소하자마자 폭도들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이들은 ‘콜렉티보스(colectivos)’라 불리는 과격 마두로 지지자”라며 반정부 시위대를 억압하는 민간 배후로 지목했다.
지난주 헬기를 동원해 내무부 청사와 대법원을 공격한 용의자도 다시 등장했다. 자신을 범죄수사대(CICPC) 특별대응팀 소속이라고 주장한 오스카 페레스(36)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두로 정권의 부패와 암살 협력자들로부터 조국을 해방하기 위한 2차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페레스의 쿠데타 시도가 수세에 몰린 마두로 정권이 꾸민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일찌감치 제기되는 등 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4월부터 계속된 반정부 시위와 유혈 충돌 여파로 90여명이 사망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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