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균 향린교회 부목사 인터뷰
14일부터 이틀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보수 기독교계는 올해도 반대 집회를 열 뜻을 밝혔다. 기독교 단체는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 광장 맞은편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다. 특히 이번 퀴어 문화 축제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접 운영하는 홍보 부스가 설치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동성애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모든 기독교인이 동성애를 향한 혐오의 목소리만 내는 것은 아니다. 두 단어의 격차를 좁히려 애쓰는 사람이 있다. 동성애를 포함한 성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고상균(43) 향린교회 부목사가 대표적이다. 한국일보 영상 채널 ‘프란’(PRAN)은 지난 22일 성경에 나타난 동성애에 관해 듣기 위해 고 목사를 인터뷰 했다. 고 목사는 “성경은 낮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낮은 자들과 연대하고, 함께 싸워 나가는 것이 기독교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성경은 정말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나요?
=난중일기는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인가요? 얘기하기 애매할 겁니다. 왜냐하면 난중일기의 관심사는 임진왜란 때 싸움을 어떻게 해 왔고, 어떻게 이길 것인가 하는 고민이 중심 주제이기 때문이죠. 성서의 중심 주제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신앙을 가지고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입니다. 그러니까 누가 누구와 사랑을 하고, 성관계를 하느냐는 중요한 주제가 아니었죠. 성서 역시 그 시대의 산물입니다. 우리가 지금 그것을 받아들일 때는 일정 부분 필터링을 하지 않으면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죠. 해석을 통해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에 ‘동성애는 죄’라고 나와 있다는데?
=“성경에 나와있으므로 무엇을 금지한다”고 말하는 것은 문자주의적 접근입니다. 레위기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거룩한 백성은 비늘이 없는 물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 그러면 저희는 오징어를 먹으면 안되겠죠. 물론 이 말에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내륙 지방인 예루살렘에서는 당시 비늘이 없는 물고기가 많이 부패해 위생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비늘 있는 걸 먹으라고 종교적으로 말했을 것” 이라고요. 그게 해석이라는 겁니다.
물론 신약에 남색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부분은 동성애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부분은 이렇게도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시 지중해의 그레코로만(Greco-Roman) 권에서는 남성과 남성의 성행위가 존재했습니다. 건강한 성행위로 얘기되기도 했죠. 당시에는 여성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이 성 행위를 하면 남성성이 훼손된다고 봤습니다. 멋진 남성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남성과 성행위를 했던 것이죠. 그 당시 힘이 있거나 유명한 남성들 사이에서는 나이가 어린 미소년과의 성행위가 유행했고, 로마에서 원정 전쟁이 벌어질 때 고위급 장교들이 잘생긴 남성을 데리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낮에는 시종, 밤에는 성관계 파트너인 것이죠. 이때의 ‘남색’은 주인과, 그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종과의 성행위인 것이고, 그건 힘에 의한 관계죠. 21세기 성 소수자들의 사랑을 총칭하는 동성애와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것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사실 저도 배워가는 중인데요. 지금으로선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성서는 성스러운 글이잖아요. 그런데 그 안에는 정말 성스럽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사기꾼도 있고, 부하의 아내를 빼앗기 위해 그를 죽인 왕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지질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성서를 작은 이들의 이야기라고 고백한다면, 작은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지금 시대 그리스도인의 할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독교는 동성애 혐오 집단이라 생각하는 비 신앙인인 젊은 친구들에게
=한국사회에서 개신교인으로 산다는 건 무척 어렵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인으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들이 벌이는 잘못 때문에 그 종교가 모두 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진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종교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성서가 한 2천 년 전에 쓰였는데, 그게 여전히 의미 있다고 얘기하는 것만큼 보수적인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열심히 이 사회가 의미 있는 방향으로 진보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고은 PD rhdm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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