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민 대상 무료 상담
전체 424개 동으로 확대
2년여 간 1만여건 상담
“이혼한 남편이 사망했는데 빚이 많아요. 우리 딸이 그 빚을 갚아야 하나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마을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남현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자신을 찾아온 한 모녀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신용불량자였던 남편과 이혼 후 연락을 끊고 홀로 딸을 키우다 난데없는 빚 독촉에 깜짝 놀라 찾아온 것이다. 남편이 사망한 지 이미 2개월이 지난 상황이었다. 김 변호사는 서둘러 대면 상담 일정을 잡고 상속 포기 절차를 안내했다. 김 변호사는 “사망 후 3개월 내 상속 포기를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그 기간을 넘길까 봐 급히 상담을 잡았는데 고맙다고 우유 하나를 짐꾸러미에서 꺼내 주시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는 “연세가 있거나 여전히 법률사무소 문턱을 넘기 어려운 분들이 많이 상담을 하러 오는데 고맙다,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인사해주실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북아현동 주민들의 무료 법률상담을 책임지고 있는 마을 전담 변호사다. 2014년 12월 서울 전체 424개동(洞) 중 83개동에서만 시범 시행됐던 마을변호사가 이제는 서울 시내 전체로 확대된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7개 자치구 80개동에 마을변호사가 새로 배치되면서 25개 자치구 모든 동마다 1~2명의 마을변호사(총 804명)가 활동하게 된다고 6일 밝혔다. 누구나 가까운 동주민센터에서 우리 마을 변호사에게 일 대 일로 무료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산콜센터(120)나 가까운 동주민센터로 전화해 미리 신청하면 된다.
도입 당시 서울의 절반이 넘는 동(51.8%)에 개업 변호사가 없을 정도로 법률 서비스가 편중되자 지역별 격차를 없애기 위해 도입된 게 마을변호사다. 동마다 전담 배치된 이른바 ‘마을 법률주치의’로 활동한 이들이 그동안 제공한 법률 상담만 1만건을 넘어섰다. 매달 1~2회 동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 미리 상담을 예약한 주민과 만나 법률 상담을 하고, 긴박하거나 경미한 사안은 전화로 신속하게 상담을 진행해왔다. 대개 부동산, 대금 지급, 회생^파산 등 민사 분야(75%, 9,531건) 상담이었다.
마을변호사들은 마을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률 분쟁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은평구 신사2동 마을변호사인 민경제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방화로 인한 화재사건 피해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민 변호사는 “손해보험처리에 도움을 드렸는데 동주민센터에서도 마을에서 이런 일이 있을 때 마을변호사의 조언을 구하면 법적 절차 등을 안내받고 보다 빨리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마을에서는 보상평가액 분쟁 조정이나 분담금 적정 여부 등 다양한 상담까지 소화하고 있다.
마을변호사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공익활동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들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부터 양천구 신월2동 마을변호사로 활동하는 박상욱 변호사는 “신월2동은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성장기를 보내 누구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곳”이라며 “변호사가 돼 다시 이 마을을 찾아 주민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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