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등 4개 국가 공동 회견
“입장 바꾸지 않는 한 봉쇄 유지
적절한 시기에 추가 조치할 것”
카타르 “사우디 테러 연계” 비난
카타르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4개국의 13개 요구안을 최종 거부하고, 4개국이 카타르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하면서 카타르 단교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6일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바레인 등 4개국은 전날 성명을 내고 단교 해제를 위해 제시한 요구안을 카타르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샤메 쇼쿠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카타르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외무장관은 “카타르가 파괴, 테러리즘, 선동, 극단주의에만 관심이 있다”며 카타르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추가 제재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카타르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봉쇄 조치는 유지된다”며 “국제법은 지키겠지만 적절한 시기에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카타르도 입장을 내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여론전을 펼쳤다.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4개국 회담이 카이로에서 열리는 동안 런던 소재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가 마련한 행사에서 “이들 국가가 카타르의 주권을 훼손하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4개국을 비판했다. 그는 또 “채텀하우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내 이슬람 극단주의를 조장하는 가장 큰 세력은 사우디이며, 싱크탱크 헨리잭슨소사이어티는 사우디 왕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이슬람 기관과 지하드와 테러리즘을 주창하는 세력이 연계돼 있다고 본다”며 사우디를 비난했다.
양측이 팽팽한 기 싸움을 벌임에 따라 단교 사태는 극한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사태의 결말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까지도 해결이 될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4개국은 지난달 5일 카타르가 테러리즘을 지원한다는 주장을 근거로 카타르와 국교를 단절했고, 지난달 22일 관계 회복에 대한 조건으로 ▦이란과의 외교 관계 격하 ▦알자지라 방송국 폐쇄 ▦카타르 주둔 터키군 기지 폐쇄 ▦단교 사태에 따른 보상금 지급 ▦무슬림형제단 지원 중단 등 13개 요구안을 제시했다. 열흘의 시간이 주어진 가운데 쿠웨이트의 중재로 조건 수용 시한이 48시간 연장되기도 했지만 카타르는 결국 4개국의 요구안을 거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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