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교사 증언 확인해야 한다는 검찰
변호인 측 “형소법 취지 안 맞아”
소년법 만료 전 재판 종료 희망도
8살 여자 초등학생 살해ㆍ시신훼손 사건의 공범 변호인 측이 재판에서 “피고인은 19세 미만의 소년”이라며 심리를 친절하고 원만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허준서) 심리로 6일 열린 공범 박모(18)양의 재판에서 변호인 측은 “소년법 58조를 보면 소년에 대한 형사사건의 심리는 친절하고 온화하게 해야 한다. 소년의 심신상태, 가정상황 등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밝힐 수 있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유ㆍ무죄를 밝히는 것만큼 소년법 적용 대상임을 고려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미성년자 약취ㆍ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ㆍ유기 혐의로 기소된 고교 자퇴생 김모(17)양이 지난달 23일 공범 박양의 재판에서 “박양이 사람을 먼저 죽여달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한 검찰 측 대질조사 요청도 변호인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측은 이날 “김양이 (살인) 교사 또는 공동정범을 주장했는데 최소한 확인은 해야 한다”라며 “변호인이 동의하시면 변호인 입회 하에 (김양과 박양) 둘 다 애기를 들어보는 방법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소 제기 후에 공동정범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이 과연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이날 재판부에 피고인에게 (범행) 방조의 고의가 없고 주범의 증언 내용이 경찰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점점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변경되고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도 냈다. 박양이 김양에게 사체 일부를 요구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맞서 박양은 ‘캐릭터 커뮤니티(커뮤)’ 활동 참가자들끼리 나누는 가상의 대화라고만 생각했다고 밝혔던 변호인 측은 박양과 커뮤 활동을 같이했던 여성을 다음 재판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커뮤 활동은 인터넷 카페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역할극이다. 변호인은 “증인을 통해 가공의 대화와 진실의 대화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이날 재판 후반부에 “올해 12월 전에 재판이 끝나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상급심까지 고려할 때 만 18세인 박양이 12월 생일이 지나면 소년법 적용을 받지 못해 형량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박양의 다음 재판은 17일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양은 지난 3월 29일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김양으로부터 숨진 초등학생의 사체 일부가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받아 재차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양은 같은 날 인천 연수구 한 공원에서 놀던 초등학생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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