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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안 번지는 마스카라 만들라우" 김정은의 거짓 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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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안 번지는 마스카라 만들라우" 김정은의 거짓 민생

입력
2017.07.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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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의 리설주(가운데). 복스럽게 동그란 얼굴, 쌍꺼풀 있는 큰 눈, 하얀 피부, 약간 마른 체형은 요즘 북한 미인의 기준이다. 연합뉴스
16살의 리설주(가운데). 복스럽게 동그란 얼굴, 쌍꺼풀 있는 큰 눈, 하얀 피부, 약간 마른 체형은 요즘 북한 미인의 기준이다. 연합뉴스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

남성욱ㆍ채수란ㆍ이가영 지음

한울엠플러스 발생ㆍ416쪽ㆍ39,500원

“외국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는 물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다. 국내에서 생산한 건 하품만 해도 너구리가 된다.” 2015년 2월 평양화장품공장 현지지도에 나선 김정은이 질책했다. “랑콤, 샤넬, 시세이도처럼 화장품 경쟁력을 높이라”는 교시도 내렸다. ‘썩어 빠진 제국주의 부르주아’를 모방하라는 지시라니!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은 화장품 산업을 유독 챙겼다. ‘봄향기’ ‘은하수’ 같은 화장품 브랜드 이름을 친히 짓고 화장품 공장과 판매 현장을 자주 찾았다. 인민의 피부가 소중하기 때문일까? 자애로운 지도자이기 때문일까?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이 일러주는 답은 ‘주민의 눈을 가리는 통치 전략’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1946년 정권을 준비하면서 ‘남녀 평등권 법령’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여성을 챙기는 척 했다. 그러나 북한 여성은 ‘혁명의 한 쪽 수레바퀴를 떠미는 노동력’이자 ‘혁명 영웅을 키우는 모성’일 뿐, 인격도 개성도 없는 존재다. 여성의 화장은 ‘사회와 가정의 꽃을 보기 좋게 만드는 사업’이다. 미의 기준도 체제가 통제한다. 진한 화장은 도덕적으로 몰상식한 짓이다. 헤어 스타일과 복장도 당이 정한다.

평안북도 신의주화장품공장을 현지지도하는 김정일. 연합뉴스
평안북도 신의주화장품공장을 현지지도하는 김정일. 연합뉴스

공동 저자인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과 채수란ㆍ이가영 남북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미용 문화와 여성의 삶을 분석한다. 정치ㆍ군사가 아닌 틀로 북한을 촘촘하게 들여다 본 시도가 흥미로우면서도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북한 주민은 머리를 5~7일에 한 번 감고 머리 길이를 짧게 유지하라고 권장 받는다. 물도 단백질도 부족한 경제난 때문이다. 인터뷰한 새터민 여성 167명 중 100명(62.9%)이 북한에서 샴푸와 린스를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신세대 영부인’ 리설주의 화려한 모습은 그래서 기만적이다.

평양과 신의주 공장에서 만드는 화장품은 외국인과 체제 공로자에게나 돌아가는 선전용이다. 가난한 주민은 크레파스를 식용유에 개서 립스틱으로 쓴다. 생산하는 화장품 품질은 조악하다. 살결물(스킨) 물크림(로션) 분크림(파운데이션) 입술연지(립스틱) 미안막(마스크팩) 등 북한산 화장품 64개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유해 성분이 나오거나 내용물이 줄줄 샜다. 대륙간탄도탄미사일(ICBM) 기술을 자랑하면서도 화장품 스프레이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것이 북한의 실상이다.

한국 화장품은 ‘동남아화장품’이라는 이름을 달고 장마당에서 활발하게 거래된다. ‘삐야’로 불리는 비비크림과 고급 설화수 화장품도 인기다. 한국산 화장품이 계속 공급되는 건 북한 지도부의 묵인 덕분으로 추정된다. 책은 한국산 화장품이 북한 체제를 변화시킬 ‘햇볕’이 될 가능성에 기대를 건다.

북한산 화장품 세트. 개성고려인삼 추출물이 들어 있다. 한울엠플러스
북한산 화장품 세트. 개성고려인삼 추출물이 들어 있다. 한울엠플러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에 있어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 여성은 외모를 통해 상대방에 인정 받기 위한 투쟁을 이어나간다.” 여성을 ‘외모 가꾸기를 인생의 의미와 가치로 삼은 존재’로 묘사하는 책 내용은 아쉽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한울엠플러스
한울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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