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고서

향후 10년간 성장률 1.9%로 하락

10년 후부터 0.4%까지 추락 전망

‘은퇴 후 소비 위축’ 신흥국 현상

정년 연장ㆍ기술 혁신 등 필요

일ㆍ가정 양립 정책 적극 도입

여성 경제활동ㆍ출산율 높여야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가 적절한 대응책 없이 지금의 고령화 속도를 방치할 경우, 불과 10년 후부터는 경제성장률이 0%대 초반까지 급락할 거란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한은은 은퇴시기를 지금보다 늦추고, 여성의 경제활동을 대폭 늘리며, 노동생산성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는 걸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어떤 경우에도 성장률 하락은 피할 수 없는 걸로 나타났다.

한은 경제연구원의 안병권 거시경제연구실장과 김기호ㆍ육승환 연구위원이 6일 발표한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5년 연평균 3.9%였던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향후 10년간(2016~2025년) 1.9% 수준으로 낮아지고 10년 후(2026~2035년)부터는 0.4%까지 가파르게 하락할 전망이다. 특히 불과 20년 뒤인 2036년부터는 성장률이 아예 0% 이하로 떨어질 걸로 분석됐다.

이번 보고서는 200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노동생산성이 앞으로도 이어지고, 경제활동참가율은 2015년과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작성됐다. 지금과 비슷한 조건이라면 10년 뒤부터는 ‘제로(0) 성장’에 가까운 초저성장을 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급격한 충격은 우리의 고령화 속도가 매우 가파른데다, 별다른 노후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은퇴 후 근로소득이 끊기면 곧바로 소비가 위축되는 신흥국 소득ㆍ소비 패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인구의 14.3%(2015년 기준)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가 대거 은퇴행렬에 나설 경우, 경제활력 감소가 더욱 가팔라질 거란 의미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고령화로 인한 성장률 쇼크를 줄일 수단으로 세 가지 대응책을 가정했다. 우선 정년을 5년 연장해 은퇴시기를 현재 60세에서 65세로 늦출 경우, 향후 10년간 성장률은 1.9%에서 2.3%로 0.4%포인트, 이후 2035년까지는 0.4%에서 0.6%로 0.2%포인트 오르는 효과가 있을 걸로 분석됐다.

2015년 기준 57.4%인 국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6.8%)까지 높이면, 향후 20년에 걸쳐 성장률 하락을 연평균 0.3~0.4%포인트 완화시키는 효과가 예상된다. 만일 2040년까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아이슬란드(83%) 수준으로 매년 1%포인트씩 상승시킨다면 성장률은 0.6~0.7%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07-06(한국일보)

로봇ㆍ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도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려 성장률 쇼크를 누그러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지난해 수준(2.1%)을 유지한다면 성장률 하락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0.4%포인트, 이후 10년간은 0.8%포인트 완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가정이 모두 현실화될 경우엔, 향후 10년간 성장률은 연평균 2% 후반, 10년 후~20년까지는 1% 중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 역시 지금보다는 낮은 성장률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고령화 쇼크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박경훈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함께 발표한 ‘고령화의 원인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 높아질 경우 출산율은 약 0.3~0.4% 상승한다. 현재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것은 ‘일ㆍ가정 양립’이 어려운 근로 여건과 높은 양육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인데 만일 이런 문제가 해소된다면 여성들이 경제활동과 출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의미다.

반대로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남녀간 임금격차가 1% 커지면 출산율은 0.047% 하락하는 걸로 분석됐다. 그만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다각적인 문화ㆍ인프라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안병권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고령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제성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일ㆍ가정 양립 등 적절한 정책을 도입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을 높이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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