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즉위 26년(1444년) 안질을 고치기 위해 청주목 초수리(지금의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를 찾았다. 이곳에 행궁을 짓고 123일간 머물면서 초정약수로 눈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세종실록에 전한다. 당시는 훈민정음 반포(1446년)를 앞두고 사대주의에 빠진 신하들의 반대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 초정 행궁에 신숙주, 박팽년 등의 학자가 다녀갔다는 기록으로 미뤄 세종이 훈민정음 반포를 위해 이곳에서 한글 창제의 마무리 작업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세종실록(즉위 26년 2월 20일)에 기록된 최만리 상소에는 ‘언문 같은 것은 급하고 부득이하게 기한에 마쳐야 하는 것도 아니온데, 어찌 이것만은 행재에서 급급하게 하시어’란 대목이 나온다.
이 초정행궁은 지금의 내수읍 초정리 일대 어딘가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쉽게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일제 때 작성된 토지대장에는 초정리 일대 2만여㎡ 소유자가 창덕궁으로 기재돼 있어 행궁의 대략적인 위치를 짐작만 할 뿐이다.
청주시는 초정행궁 복원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6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세종대왕 행궁 조성사업 기본·실시설계 용역’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초정행궁 복원 사업 용역은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가 지난해 5월부터 맡아 최근 사업의 윤곽을 마련했다.
행궁 재현은 세종의 한글창제 기록을 전시·교육하고 세계 3대 광천수인 초정약수를 체험하는 테마로 추진한다. 총 규모는 부지 3만 8,000㎡에 건축면적 2,055㎡로 조성할 예정이다. 국비 50억원 등 총 140억원을 들여 진입·행궁·숙박·공원 등 4개 영역으로 나눠 재현 사업을 벌인다.
진입 영역에는 진입광장과 안내센터, 어가를 전시하는 사복청과 무기를 전시하는 사장청 등 들어선다. 행궁 영역에는 야외 족욕체험이 가능한 원탕행각을 비롯, 탕실과 침전, 편전, 왕자방, 수라간, 전통찻집, 집현전 등이 자리 잡는다. 숙박 영역에는 전통한옥 6동을 건립해 관람객들에게 대여한다. 공원 영역은 산책로와 연못, 축제공간 등으로 조성할 참이다.
건축물은 세종의 애민정신과 한글창제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창의적이면서도 전통의 맛을 살리는 형태로 지을 방침이다.
청주시는 오는 9월 착공해 내년 말까지 건축 공사를 마무리한 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2019년 3월부터 관람객을 맞을 계획이다.
심재선 시 관광개발팀장은 “세종대왕 행궁을 초정약수 축제와 연결해 청주의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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