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신뢰회복” 강조 기자간담회서 언급 눈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나쁜 짓은 금융위원회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취임 후 세 번째 기자간담회에서 “시민단체 책임자로 활동할 때 주로 금융위와 공정위, 두 부서 관련 일을 많이 했는데 솔직히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공정위원장 취임 후 그런 생각이 더 굳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은 김 위원장이 공정위가 잘못에 비해 과도한 비판을 받는 측면도 있다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장관급 공직자가 타 부처를 공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관가에서는 이번 발언을 이른바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영문 합성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오랜 불신이 묻어난 걸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종횡무진 한국경제)에서 “통제 받지 않는 모피아는 개혁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표현하는 등 과거부터 모피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왔다. 이에 새 정부 재벌개혁의 ‘쌍두마차’인 공정위와 금융위가 벌써부터 불협화음을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공정위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조사절차 규칙, 사건절차 규칙, 공무원 행동강령 등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위 고위 간부를 모두 배제한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직 전체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이르면 8월 말이나 9월 초에 최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정위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새 정부의 재벌개혁 ‘드라이브’ 역시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그룹이 처분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수를 줄여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규제 담당 부처인 공정위 직원들의 빈번한 ‘로펌 행’이 재차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신뢰를 확보해야 재벌개혁, 갑을 관계 해소 등의 시대적 책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다”며 “조만간 공정위의 과거 잘못을 국민께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과 드리는 자리를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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