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원가 잘못 산정해
소비자가 172억원 떠안기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금껏 수출이 제한된 ‘전략물자’를 허가 없이 수출한 업체들을 처벌할 때 ‘고무줄 잣대’를 적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가스 원가를 잘못 계산해 170억여원을 소비자에게 떠안긴 사실도 드러났다.
6일 감사원에 따르면, 산자부는 지난해 1월 1만1,000달러어치 전략물자(열화상 카메라)를 불법 수출한 A사에 대해 수출제한 10일과 교육명령 처분을 내렸다. 산자부가 2009년 만든 ‘전략물자 업무처리 지침’상 가격이 10만달러 미만인 전략물자를 불법 수출했을 경우 ‘15일간의 전략물자 수출입 제한’ 처분이 내려져야 하지만 물자의 최종 사용자가 우리나라 현지법인이라는 이유로 처벌 양이 줄었다. 그러나 같은 해 3월 불법 수출 금액이 1만1,000달러로 같고 감경 요인도 동일했던 B사에 대해서는 수출제한 없이 교육명령 처분만 내렸다.
산업부는 또 지난해 11월 76만달러 상당 전략물자(보안 소프트웨어)를 허가 없이 수출한 C사에 대해서는 규정에도 없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기준(수출 제한 3개월)에 비해 적은 1개월 수출 제한 처분을 부과했다. 반면 한 달 뒤 3만1,000달러 상당 전략물자(트리에탄올아민)를 불법으로 수출한 D사의 경우 최종 사용자가 우리나라 현지법인이어서 수출입 제한 대신 교육명령 처분이 가능한데도 ‘수출 제한 기간이 단기간’이라는 이유로 감경 없이 수출 제한 15일 행정 처분을 내렸다.
전략물자란 안전 유지와 국가 안보 등을 위해 수출 허가 같은 제한이 적용되는 물품이다. 허가를 받지 않고 전략물자를 수출한 업체에는 3년 이내의 수출입 제한이나 8시간 이내의 교육명령 부과 등 제재 처분이 내려진다.
이와 함께 산자부가 전략물자 불법 수출 업자 행정 처분 기준을 정할 때 불법 수출 규모나 횟수에 따른 처분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한 뒤 공표해야 하는데도 내부 업무처리 지침으로만 활용할 뿐 공개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산자부가 도시가스 원가를 산정하면서 요금에 포함된 공급 설비 투자비 중 집행되지 않은 비용을 정산하지 않는 바람에, 총괄 원가에 과다 계상된 172억원의 부담이 수요자에게 전가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주형환 산자부 장관에게 “전략물자를 불법 수출한 자에 대한 행정 처분 기준을 정해 공표하고 해당 기준에 따라 일관되게 처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도시가스 소비자가 실제 집행되지 않은 공급 설비 비용을 부담하는 일이 없도록 미집행 투자비에 대한 정산 기준을 도시가스 회사 공급 비용 산정 기준에 반영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산자부가 2014년부터 2017년 2월까지 수행한 업무 전반을 대상으로 3월 13~31일 기관운영 감사를 벌였고, 모두 13건의 위법ㆍ부당 행위를 적발해 시정 1건, 주의 7건, 통보 5건의 조치를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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