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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mm 심리학? 알수록 흥미로운 '골프 멘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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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mm 심리학? 알수록 흥미로운 '골프 멘탈'의 세계

입력
2017.07.0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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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현이 퍼트에 앞서 그린을 살피고 있다./사진=K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골프는 흔히 '멘탈 스포츠'라고 한다. 골프장의 규모는 축구장 여러 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반면 공이 들어가는 홀컵의 지름은 4.25in(인치)에 불과하다. 이를 미터법으로 읽으면 108mm(밀리미터)다. 이에 따라 '백팔번뇌(百八煩惱)'를 해야 골프를 잘 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골프 멘탈의 세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면서도 체계적이다. 골프 팬들은 대체로 경기 승부처를 후반 17~18번홀로 알고 있지만, 멘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홀인 '멘탈홀'은 선수 기량에 따라서도 크게 갈린다.

골프 멘탈 코치로 활동 중인 김필중 중앙대 체육교육과 스포츠심리학 박사 겸 아이펙 퍼포먼스랩 대표는 최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아마추어나 2부 투어 선수들의 경우 경기 초반부인 1~3번홀에서 극도의 긴장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1부 투어 선수들은 9~10번홀이 첫 번째 고비다. 전반부가 끝나면 시간적 간격이 있는데 이땐 연습도 못하고 대기하는 시간이라 심리적으로 긴장이 된다. 전반부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이 구간을 극복한 선수는 15~17번홀에서 또 한 번 긴장하게 된다. 심리적 변화가 제일 많은 구간이다. 앞서 낸 성적에 따라 잘 해보려는 마음과 포기하려는 마음이 교차한다"며 "마지막 18번홀은 오히려 심리적으로 조금 나아진다"고 덧붙였다.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멘탈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도 많다. 김해림(28ㆍ롯데), 조정민(23ㆍ문영그룹), 이승현(26ㆍNH투자증권) 등이 경험자다. 김 코치는 "우선 기본 면담을 통해 선수의 상태와 요구를 파악하고, 이후 기기를 이용해 뇌파, 운동감각통합신경, 자율신경계 등을 측정해 심리적 각성상태가 포함된 기본 데이터를 만든다. 아울러 질문지 인터뷰와 주변인 상담, 경기장, 연습장 관찰을 실시한다. 이 같이 프로파일링을 하는 기간만 1~5개월이다. 이후 세분화된 프로그램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멘탈 트레이닝의 과정을 소개했다.

멘탈 트레이닝의 원론은 미국 스포츠심리학이나 응용심리학 등을 참고하고 있다. 김 코치에 따르면 멘탈 트레이닝은 병리학적 접근이 아니다. 멘탈 트레이닝은 선수의 멘탈이 기본적으로 정상치 이상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다. 선수를 일반인 이상의 멘탈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그 멘탈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식으로 진행한다. 심리적 강점을 특화 하는 식이다.

멘탈 트레이닝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벽에다가 자신의 목표를 쓰는 것, 행동이나 심리적 루틴의 확보, 충분한 휴식, 이미지 그리기 등 각양각색이다. 김 코치는 "루틴의 목표는 일관된 수행을 통한 경기력 향상이다. 빈 스윙 횟수 등 루틴 자체가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쉴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골프 선수들은 다음 날 경기 시간에 맞춰 일찍 자거나 일찍 일어나는 등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들은 이러한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선수들은 다음 날 경기 시간이나 이번 주 일정을 확인한 후 응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다음 날 오전 7시 30분 티오프가 예정돼 있다면 전날 오후 6시 인터뷰도 부담스러워한다. 일찍 수면을 취하고 새벽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들 중엔 장타를 통해 쉽게 온그린을 하고도 퍼트에서 무너지는 이들이 꽤 많다. 김 코치는 "소뇌와 운동 영역을 통해 단순하게 퍼트하면 공을 쉽게 홀컵에 넣을 수 있지만, 그 순간 전두엽을 많이 써 무너지는 선수들이 있다"며 "전두엽은 생각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전두엽을 많이 쓰면 과도한 생각과 판단이 와 필요 없는 근육이 사용되기 때문에 근육도 떨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퍼트시 어드레스 자세, 손과 팔의 감각보단 홀컵에 공을 넣는 것에 집중하는 외적 주의집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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