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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3대 핵심기술, 10년 공들여 국산화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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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3대 핵심기술, 10년 공들여 국산화했는데…

입력
2017.07.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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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측제어 시스템ㆍ냉각재 펌프…

탈원전 정책으로 쓰일 데 없어

개발자들 “기술 사장되나” 한숨

“차라리 애를 안 낳았으면 모를까, 낳으라 해서 낳았는데 이제 와서 버리란 얘긴가.”

올 3월 원자력발전소 ‘3대 핵심기술’의 국산화가 완료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국산화에 매달려온 기술자들은 뿌듯함도 잠시, 애써 개발한 기술이 사장될까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국산 기술 활용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기업 원전기술자는 “10년 넘게 고생해 키운 기술이 자식 같은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원전 3대 핵심기술은 ▦안전해석 및 노심설계 코드 ▦계측제어 시스템(MMIS) ▦원자로 냉각재펌프를 말한다. 2000년대 초 원전을 중국에 수출하려다 이 3가지 기술이 없어 무산되자 국가 계획으로 개발이 추진됐다. 안전해석 코드와 노심설계 코드는 각각 원전 전체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원자로 중심부를 설계하는데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지난 3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국산 코드가 적용될 예정이었던 신한울 3ㆍ4호기는 설계와 용지매입이 중단됐다. MMIS와 냉각재펌프는 사람으로 치면 각각 뇌와 심장에 해당한다. MMIS는 원전 전체를 총괄 지휘하고, 냉각재펌프는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재를 공급한다. 한국형 원전인 APR플러스(천지 1ㆍ2호기)에 국산 MMIS와 냉각재펌프를 적용하려던 계획은 정부의 신규 원전 백지화 공약으로 없던 일이 될 처지다.

비(非)발전 원자력기술이 산업계에 널리 활용되는 것과 달리 이 3대 핵심기술은 원전이 아니면 쓰일 데가 없다. 탈(脫)원전 정책은 곧 국산 핵심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뜻한다. 3대 기술 국산화에 투입된 돈은 5,200억여원. 코드 개발에 참여한 이광원 한국전력기술 원자로설계개발단장은 “3대 기술을 모두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4개국뿐”이라며 “국내 원전에 적용하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냉각재펌프 개발에 참여한 조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파트 4층 높이에 무게 80톤인 대형 펌프가 1초에 물을 10톤씩 안정적으로 흘려보내게 만드는 건 웬만한 정밀도로는 어림없는 기술“이라며 “사명감과 자존심으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MMIS 개발을 이끌었던 기업 임원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핀란드에서도 인정받은 만큼 우리 MMIS가 우수하다고 자부해왔는데, 사장될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원전 사고 때 원자로를 정지시키고 안전설비를 제어하는 기기. 계측제어 시스템(MMIS)의 하나로,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우리나라가 3번째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전 사고 때 원자로를 정지시키고 안전설비를 제어하는 기기. 계측제어 시스템(MMIS)의 하나로,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우리나라가 3번째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형 원전용으로 개발한 국산 원자로 냉각재펌프. 원자로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재를 공급하는 원전 핵심 설비다. 두산중공업 제공
한국형 원전용으로 개발한 국산 원자로 냉각재펌프. 원자로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재를 공급하는 원전 핵심 설비다. 두산중공업 제공

이들이 무엇보다 속상해하는 건 마피아라 싸잡아 비판하는 시선이다. 특정 학과 출신들이 기업과 기관 요직을 장악하며 원자력 정책을 좌지우지해와 붙여진 말인데, 2013년 원전 부품 납품 비리 사건 이후 원자력 전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미로 확대됐다. 한 기술자는 “비리와 무관한 종사자들까지 비난받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기술자는 “원자력계가 먼저 반성해야 하지만, 원자력 전체를 비판하는 사회 분위기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외 60개 대학 원자력 관련 교수 417명도 5일 원자력기술의 중요성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원전 운영과 건설로 지금까지 연 약 36조2,000억원의 생산유발, 9만2,000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했다”며 “원자력 산업을 말살시킬 수 있는 탈원전 정책을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추진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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