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회담
“북한이 협상 테이블 나오도록 노력”
독일의 핵 중재 경험 등 협조 구해
문 “성명으로 대응할 상황 아니다”
‘행동 대 행동’ 출국전엔 무력 시위 지시도
문재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발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도발에 국제적인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대화와 평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일 베를린궁에서 가진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의 한독 정상회담에서 “지금은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는 독일보다 분단기간이 길었고 독일이 주변국가의 우호적 분위기였던 데 비해 한반도는 주변국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말 것을 경고하고, 협상테이블로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이 분단을 극복했고 미국과 이란 간 핵 문제를 중재한 경험이 있는 만큼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 방문길에 오른 문 대통령은 G20 회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대북문제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6일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 대화 재개 방안 등을 담은 메시지를 발표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라 다소 톤 조절은 이뤄질 수 있지만,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한다는 기조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핵 동결 입구론’과 ‘행동 대 행동 원칙’을 한반도 비핵화 해법으로 준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 ICBM이라는 ‘게임체인저’의 등장 가능성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독일 출국에 앞서서는 “북한의 엄중한 도발에 우리가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무력 시위를 지시했다. 한미 연합군 미사일 부대는 이에 따라 5일 오전 7시 동해상에서 한국군의 현무-2와 미8군의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미사일을 동시 사격해 북한 수뇌부에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는 어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행됐다”며 “정의용 안보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통화해 문 대통령의 공동발사 제안을 설명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격 동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공감한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북한은 이날 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4’ 시험발사를 통해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ICBM 기술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사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최종 검증을 통해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경우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 탁자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핵 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대결 구도를 분명히 했다.
베를린=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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