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G20회의서 첫 정상회담
ISㆍ북한 문제 등 공조 원하지만
푸틴과 친하게 보이면 비난 예상
러 제재 완화 ‘선물’ 명분도 잃어
외교경험ㆍ준비성 적어 열세 전망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The president is boxed i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첫 양자회담을 갖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이 만남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매우 어려운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이 표현했다.
우선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 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처지에 놓이게 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푸틴 대통령과 너무 친한 사이로 비칠 땐 비판이 일 것이며, 반대로 냉랭하게 굴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딜레마를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 달성은 힘들 것으로 점쳐진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국가(IS) 격퇴, 북한 문제 등과 관련해 러시아와 협력하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다”며 “그가 만일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려 할 경우 강한 내부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미 상원은 대통령이 대러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려 할 때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러시아 추가 제재안을 지난달 초당적 지지 하에 통과시킨 바 있다.
푸틴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제재 완화’라는 선물을 러시아에 안길 명분도 마땅치 않다. 니콜라스 번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처음 만난 푸틴에게 양보부터 할 이유가 없다. 그가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폴 손더스 미 국익센터 이사도 “러시아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잡아서 미국에 보낼 것도 아니고,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된 진전을 본 것도 아닌데 제재 완화를 언급하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한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대러 제재를 줄곧 이행해 오고 있다.
외교적 경험 차이, 준비성 등을 놓고 봐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열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외교 경험이 풍부한 옛 소련 정보요원 출신의 푸틴 대통령이 ‘외교 초보’인 트럼프 대통령보다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윌리엄 번스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장은 “푸틴은 사람을 다루는 데 능통하며, 준비가 철저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트럼프는 두꺼운 서류뭉치를 잘 읽지 않고, 사전 대비도 싫어하는 즉흥적인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측은 이번 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전 정부 시절 대선 개입에 대한 보복 조치로 몰수당한 미국 내 휴양시설의 반환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고 보호무역을 고수하는 트럼프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환대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NBC는 “자유무역, 이민, 기후변화 등이 의제가 될 텐데, 이런 주제에 관한 한 트럼프는 외톨이”라는 외교 관련 연구원의 언급을 인용해 보도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