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의 왜곡된 성 의식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열린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상상력에 권력을>이라는 2010년 4월 탁 행정관의 저서가 도마에 올랐다. 그는 이 책에서 서울의 유흥 문화를 예찬하며 성 매매를 권하는 듯한 시각을 보였다. 탁 행정관은 앞서 다른 저서에서도 여성을 남성의 성욕 충족 도구로 묘사하는 등 그릇된 성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탁 행정관의 성 매매 찬양 표현과 관련, “혹시 반어적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 책 전체를 모두 읽어봤지만 성 매매를 비판하는 대목을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탁 행정관이 드러낸 성 의식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청와대에 결단을 요구하겠다”고 답변했다.
탁 행정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건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당만이 아니다. 정의당은 5일 논평을 내고 “‘성 평등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행정관을 해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청와대 내부 전반의 성 평등 인식이 국민 수준에 미달하는 것 아니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 여성 의원들도 탁 행정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일부 여성 의원들은 김정숙 여사와의 오찬 모임에서 인사 조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책 내용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부적절한 행동이고 그것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탁 행정관에 대한 경질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일개 행정관을 놓고 이렇듯 논란이 가열되는 것은 그가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일 것이다. 탁 행정관은 대선 캠프에서 문 대통령을 적극 도왔고 히말라야 트레킹도 함께 갔다고 한다. 언론과 정치권의 지적처럼 그의 여성 비하와 노골적 성 표현은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성 장관 30% 등용’ 등 성 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문 대통령을 보좌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적절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만에 하나 언론과 정치권의 이런 문제 제기가 잘못된 것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탁 행정관은 서둘러 국민에게 사과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 또한 끝내 그가 버틴다면 청와대가 신속한 인사 조치에 나서야 한다. 아무런 해명이나 인사 조치도 없이 시간만 질질 끄는 것은 앞으로 새 정부의 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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