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소장 “해고” 위협
“구더기가 나오는 독거노인의 이불을 청소하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든 분들을 돕는다는 사명감으로 일해 왔는데, 정식 절차도 밟지 않고 해고하겠고 으름장을 놓네요.”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5일,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던 (사)군위군자원봉사센터 A(여ㆍ43)팀장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월급 130만 원에 4대 보험료를 100% 자비로 부담하면서 버텼을 정도로 이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면서 헌신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황당한 일을 겪게 되니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시위를 시작 후 인근 성당에서 성직자 한 명이 냉커피를 들고 찾아왔다. A팀장과 함께 릴레이 시위 중인 2명의 자원봉사센터 직원들에게 커피를 나누어준 후 한동안 말없이 A팀장 곁을 지켰다. 그는 “열악한 처우에 얼마나 고생이 많은지 잘 아는데, 이런 일까지 겪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사건의 발단은 K사무국장의 폭언과 도장 무단 사용 의혹이었다. 직원들에 따르면 평소 거친 말투탓에 직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K사무국장은 지난 4월 자원봉사센터에서 추진하던 ‘행복마을’ 사업과 관련, 묘목 구입ㆍ지출의서에 A팀장의 도장을 무단으로 사용한 의혹을 받으면서 직원들과 갈등이 표면화했다. A팀장은 “도장을 가져가 찍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했지만, K사무국장은 “본인이 직접 찍었다. 일을 가르쳐 주려고 보는 앞에서 찍었다”는 등 엇갈린 말을 했다. 이후 K사무국장과 직원 사이의 갈등이 더욱 깊어졌고 급기야 A팀장과 직원들은 6월 초 군위군청과 군위경찰서에 각각 진정서와 고소장을 제출했다.
직원들이 시위에 나서게 된 것은 L자원봉사센터 소장의 대처 때문이었다. L소장은 6월 29일 직원들에게 “너희들 다 내보내겠다”고 통고했다. A팀장은 “해고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임의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으로 알고 있다”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이런 식으로 해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명감 하나로 일하는 사람들을 함부로 해고하는 것은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꺾을뿐더러 지역의 복지 수준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L소장은 “원래 A팀장의 계약기간이 7월 말까지”라며 “사무국장 건은 감사 부서에서 조사하고 있으니 결과를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위군은 이와 관련해 최근 감사에 착수했고 경찰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권성우기자 ksw161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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