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다자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한다. 문 대통령은 7일부터 8일까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다양한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G20은 선진국∙신흥국∙EU 국가 등 주요 20개국으로 구성된 국제 협의체다. 1999년 각 국의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가 모여 경제•금융 이슈를 논의하는 재무장관회의로 출범했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발생 이후 국가 간 긴밀한 공조 필요성이 떠오르면서 정상급 회의로 격상됐다.
세계 주요 정상들은 G20의 전통적인 주요 의제인 세계 경제 성장을 위한 공동 대처방안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당시의 경제 지형이나 정치 상황에 따라 주요 쟁점은 매회 조금씩 달랐다. 10년째 이어진 역대 G20 정상회의를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제 1차 정상회의: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하고 신흥국 참여 확대하자”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 1차 G20 정상회의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는 것이 주요 의제였다. 각국 정상들과 재무장관들은 11월 15일 5시간에 걸친 본회의를 통해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고 이를 공식 발표했다. 참가국 정상들은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ㆍ감독을 강화하고 각국 금융감독당국간 공조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계 금융시장 개혁을 위한 토대 마련에 합의했다. 또 통화정책과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한 내수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제 1차 G20 정상회의는 국제 협의체의 구심점을 선진국에서 신흥 국가까지 확대시킴으로써 신흥국 참여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무역투자 부문에서 보호 장벽을 저지하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스탠드 스틸(stand-still∙추가 보호무역조치 동결)` 구상이 선언문에 포함됨으로써 한국은 대외적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제5차 정상회의: ‘서울선언’에서 ‘코리아 프리미엄’까지
2010년 11월 신흥국 최초로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개최국 수장이자 의장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 33명은 서울 강남 한복판 코엑스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당시 최대 경제 화두였던 미국 양적완화 조치 등으로 인한 환율 갈등 해법을 놓고 첨예하게 토론했다. 격론 끝에 각국 정상들은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기로 합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서울선언'과 신규행동계획(부속서)인 '서울액션플랜'을 채택했다.
이 회의는 G20이 G7(선진 7개국)의 위상을 넘보는 협의체로 발돋움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개최국이자 의장국이었던 한국에게도 국가 브랜드를 격상시킬 기회였다. 외교 역량을 국제 무대에 과시했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이라서 할인되는 가치)를 ‘코리아 프리미엄’(한국이기 때문에 높아지는 가치)으로 역전시키는 디딤돌이 된 덕분이다.
제 7차 정상회의: 그리스 금융위기와 유로존 불안으로 또다시 머리 맞대다
2012년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렸을 당시 세계 경제의 최대 화두는 그리스 발 금융위기 극복과 유로존(유로화 사용지대) 불안정 문제였다. 2008년 첫 정상회의에 이어 4년 만에 다시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모인 것이다. G20 정상들은 6월 19일 이 같은 문제의식을 담은 ‘로스카보스 고용과 성장을 위한 액션플랜’을 채택하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액션플랜과 별도로 정상들은 세계경제 및 거시정책 공조, 고용과 사회보장 등 10개 부문으로 된 공동 선언문도 작성했다.
제 10차 정상회의: 경제와 테러 동시에 논하다
2015년 제 10차 G20 주최국 터키는 주요 의제로 포용성(Inclusiveness), 투자(Investment), 이행(Implementation) 등 3개의 ‘I’를 제시했다. 기존 공약의 결단력 있는 “이행”, 강력한 성장 동력인 “투자”의 촉진, 성장 혜택을 모두 함께 누리는 “포용성”의 증진이라는 포괄적 의제를 채택한 것이다.
터키 안탈리아에 모인 G20 정상들은 첫 출범 이후 최초로 경제가 아닌 국제정치를 주제로 별도 성명을 채택하기도 했다. 회의 시작 불과 이틀 전에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로 전세계가 충격에 빠진 당시 각국 정상들은 대테러 연대 강화 의지를 담은 ‘테러리즘 대응에 관한 G20 성명’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11월 16일 공동성명을 통해 “11월 13일 파리와 10월 10일 터키 앙카라에서 자행된 극악무도한 테러 공격을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며 “테러리즘은 인류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테러리즘은 모든 G20 국가들의 우선순위에 있음을 강조하며 유엔 중심의 테러 진압ㆍ예방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제 11차 정상회의: 브렉시트∙G2 시대의 도래
지난해 9월 중국 항저우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항저우에 모인 각국 정상들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이후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경제 잠재성장률 저하와 저성장 고착화 대응 방안을 두고 논의했다.
회담에 참석한 정상들은 세계 경제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진단하고 재정지출∙통화정책∙구조개혁 등의 정책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선언문인 '항저우 컨센서스'를 채택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중국 주요 2개국 체제(G2)로 국제질서를 개편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이 돋보이는 자리기도 했다. 시 주석은 세계경제 회복 과정에서의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키며 미국과의 밀고 당기기를 예고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분쟁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논란 등에 대해선 이견을 표출하면서도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한 양국의 공조와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부각시켰다.
제 12차 정상회의: 보호무역∙파리기후변화협정∙북핵공조
7일부터 8일까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제 12차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상호연계된 세계구축'(Shaping an Interconnected World)이라는 주제로 정책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7일 오후 열리는 제1세션에서 ‘글로벌 성장과 무역’을 주제로 선도발언을 한다.
이번 회의 관전 포인트는 ‘보호무역 배격’이란 문구가 다시 등장할 지 여부다. 그 동안 G20 회원국들은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해왔으나 미국의 반대로 지난 3월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보호무역 배격'이라는 문구를 합의문에서 삭제한 바 있다. 지난 1월 미국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기후변화 공동 책임을 약속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한편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 문제가 회의기간 동안 열릴 양자ㆍ다자 정상회동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진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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