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2단계 비핵화 구상, ICBM 한방에 휘청
본토 위협 당한 美 대북 강경 기조 강화할 듯
중국 제재 동참 촉진 시키며 역할론 부여해야
한미중 대화 제안 등 새 판 짜기 주도권 잡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북핵 및 미사일 동결 이후 완전한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단계적 비핵화 해법은 시작부터 가로막혔다. 그러나 외교안보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가 ‘더 큰 압박, 더 큰 대화’를 주도하면서 대북 해법의 실마리를 마련할 기회로 살려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 중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우리는 대화의 판을 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남북관계를) 주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대화를 통한 북핵 해법 구상은 북한의 ICBM 한방으로 차질을 빚게 됐다. 북핵 위협이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들어온 이상 미국은 당분간 유화정책을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미정상 공동성명에서도 “제재를 통한 최대한 압박”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는 점에서 당분간 강경 기조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전제조건이 틀어진 만큼, 미국은 우리 차가 아니라 (제재와 압박 일변도의) 다른 차를 운전해서 나갈 것”이라며 “문재인정부의 달빛정책이 움직일 공간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돈줄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벼르고 있다.
그러나 제재와 압박 카드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상황을 방치하기 보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결국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중국이 동참해야 하는데, 중국은 대화 채널이 아예 끊기는 것을 가장 우려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 정부가 중국의 대화 정책을 맡을 테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로 중국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대화 카드를 꺼내 들긴 어렵지만 우리가 향후 조성될 대북 협상 국면에 대비해 더 큰 대화의 판을 물밑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준형 교수는 “한미, 한중 따로 대화를 할 게 아니라 한미중 간 전략 대화 테이블을 구축해 서로 역할분담을 공유하고 신뢰를 쌓는 자리를 한국이 제안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이 북한을 가만두지 않을 것처럼 큰 소리를 내고 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미국과 직접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럴 때를 대비해서 우리도 퇴로는 열어놓고, 작은 오솔길이라도 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우리 정부가 강경 기조만 앞세우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화 채널은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지금 시점에서는 채찍을 더 크게 휘둘러야 하는데 집중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북한과 협력하고 대화하는 우리 정부의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대책을 만들어 놔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군사적 의제가 아닌 스포츠, 사회 문화 교류나 인도적 지원의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전직 통일외교 장관들을 대북특사로 보내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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