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애니칼럼] 다시 돌아와 준 수달을 위하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애니칼럼] 다시 돌아와 준 수달을 위하여

입력
2017.07.05 17:17
0 0
암수 수달이 정답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야행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낮에도 활발히 움직이는 동물이다. 사람의 간섭을 싫어해 야간에 주로 인간 주변에 나타날 뿐이다.
암수 수달이 정답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야행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낮에도 활발히 움직이는 동물이다. 사람의 간섭을 싫어해 야간에 주로 인간 주변에 나타날 뿐이다.

동고서저 지형이 특징인 우리나라에는 동쪽에서 서쪽 혹은 남쪽으로 흐르는 하천이 많습니다. 산지가 많기는 하지만, 기세를 누르듯 웅장하기보다 사람을 너그러이 품어주는 듯한 작은 산들이 늘어서 있죠. 수많은 논과 밭이 깔려 있고 그 사이사이로 개천과 하천이 흘러내립니다. 이 넓고 좁은 다양한 흐름에 수달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13종의 수달이 서식하고 있고,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수달은 유라시안수달이며 학명은 Lutra lutra입니다.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 분포하고 있죠. 족제비과 동물 중에서 물에 가장 잘 적응한 동물로서 발가락에도 물갈퀴를 가지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대범한 성격이어서 낚시터에 나타나 살림망의 물고기를 빼먹거나 낚시꾼을 위협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많이 듣습니다. 당연히 물고기를 주로 사냥하지만, 양서류나 가재 등 갑각류, 심지어 물새들도 먹습니다. 놀이도 매우 좋아해 눈밭에서 미끄럼을 타거나 뻘에서 슬라이딩을 하며 놀았던 흔적도 볼 수 있습니다. 수달의 흔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천변에서 발자국을 찾아볼 수도 있지만, 강가의 큰 바위나 다리 밑의 바위 위에 배설하는 습성이 있죠. 배설물은 물고기 등의 뼈 잔해를 포함해 독특한데요. 냄새가 비릿한 검은색 배설물이 발견된다면 그 곳엔 수달이 살고 있는 겁니다.

전형적인 수달의 발자국(왼쪽)과 가뭄으로 드러난 저수지 바닥에 찍힌 수달의 슬라이딩 흔적.
전형적인 수달의 발자국(왼쪽)과 가뭄으로 드러난 저수지 바닥에 찍힌 수달의 슬라이딩 흔적.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하천이나 해안에 분포하며 물을 매우 즐기는 동물인 수달은 바닷가 혹은 육지에서 50㎞나 떨어진 보령의 외연도라는 섬에서도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인데요. 바다에서 발견되는 수달을 해달로 오해하는 일들도 생깁니다.

해달은 일본 북해도에서도 서식한 바 있지만 지금은 쿠릴열도를 지나 알류샨열도를 넘어 북미 서부지역까지만 분포하는 전형적인 해양생물입니다. 덩치도 수달보다는 한참 커서 수컷은 체중이 40㎏을 넘기도 합니다. 수달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 30만 마리까지도 분포했었으나 모피산업으로 인한 지나친 포획으로 거의 1,000 마리까지 개체군이 몰락한 적도 있죠. 국제적인 보호활동으로 개체군이 회복하고 있으나 해양기름오염과 같은 문제로 인해 여전히 위협받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1급,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된 수달 역시 하천의 오염이나 모피 때문에 무차별로 포획한 결과 전국적으로 그 수가 감소해 보호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했던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더 이상 야생 수달을 볼 수 없습니다. 18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개체수가 전국에 걸쳐 유지되고 있었으나 모피 수출과 전쟁 수요로 인해 1930년대까지 거의 모든 수달이 포획 당했습니다. 남획, 수질 오염에 의한 먹이자원 감소, 도로건설과 하천 직선화 사업, 어업과의 충돌로 인해 결국 2012년 일본에서는 수달의 멸종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슬픈 일이죠.

교통사고로 인해 경추와 두개골, 왼쪽 앞다리가 다발성으로 골절된 수달 성체. 수달의 주요 위협요인은 도로 교통사고다. 강이나 하천 주변에 개설된 도로에 수많은 수달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인해 경추와 두개골, 왼쪽 앞다리가 다발성으로 골절된 수달 성체. 수달의 주요 위협요인은 도로 교통사고다. 강이나 하천 주변에 개설된 도로에 수많은 수달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한편 우리 주변의 수달의 개체 수는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한동안 도심의 하천들은 수많은 오염물질로 더럽혀졌죠. 그 동안의 환경개선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 서서히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수달은 이제 금호강의 지류인 대구 신천, 대전의 갑천, 전주의 전주천, 광주광역시의 광주천에서도 발견되고 있고, 약 40년 만에 한강에서도 수달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정착을 했다고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다만 로드킬 당한 사체로 발견되거나 도심 하천에서 목격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수달과의 공존을 위한 다각적인 대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더럽히고, 콘크리트로 발라버렸던 강에 다시 돌아와 준 수달들이 떠나가지 않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사진=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동그람이 페이스북 바로가기

동그람이 카카오스토리 바로가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