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이 이제 막 1회전을 마친 가운데, 내년 윔블던 결승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과 동 시간대에 열리게 돼 방송사들이 난색을 표하면서다.
5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내년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전은 7월 15일 오후 10시에 시작한다. 문제는 테니스 경기 분위기가 한창 고조될 쯤 16일 0시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월드컵 결승전이 킥오프한다는 점이다. 대회 중계를 위해 거액을 지불한 방송사들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에 따라 영국 BBC와 일본 NHK 등 두 대회 중계권을 모두 구입한 방송사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월드컵 결승 시간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스포츠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는 시청률에 따라 광고 수익이 크게 출렁인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들이 가진 2개 이상의 채널에 나눠서 중계한다고 해도 시청자가 분산돼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영국은 잉글랜드(랭킹 13위)가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고, 자국의 테니스 스타 앤디 머레이(30ㆍ랭킹 1위)가 윔블던 결승에 진출한다면 ‘국가적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BBC는 윔블던을 메인 채널로 중계하도록 계약돼 있어 월드컵 결승전 중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FIFA는 전 세계 시청자들을 고려할 때 현재의 일정이 가장 적절하기 때문에 경기 시간 변경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데일리메일은 덧붙였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경기 시간이 방송사에 의해 결정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수영이나 육상 등 인기 종목의 결승전이 현지 시간으로 밤 10시쯤 열렸다. 201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32년까지 77억5,000만 달러(약 8조8,600억원)에 올림픽 독점 중계 계약을 맺은 미국 NBC가 자국 시청자들의 편의를 위해 시간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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