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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소연 父 문제로 본 한국 '골프 대디'의 공과(功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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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소연 父 문제로 본 한국 '골프 대디'의 공과(功過)

입력
2017.07.0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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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소연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유소연은 최근 아버지의 세금 체납 및 납부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언행과 관련, 소속사를 통해 사죄의 뜻을 표했다./사진=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m)'은 자녀 주위를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엄마를 가리킨다. 골프계엔 '골프 대디(Golf daddy)'란 용어가 있다. 헬리콥터 맘은 자녀 과잉 보호의 폐해를 지적하며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반면, 골프 대디는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팽팽히 맞선다.

한국여자골프는 최근 '골프 대디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ㆍ메디힐)의 부친 유모 씨는 2001년부터 16년간 지방세 3억1,600만 원과 가산세를 내지 않고 버티다 지난 주 납부했다. 그는 체납 세금을 뒤늦게 납부하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욕설과 위협이 담긴 문자를 보내고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민원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유소연은 5일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저희 아버지의 일로 많은 분께 큰 노여움과 실망을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며 "아버지 또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옳지 못한 언행과 지난 과오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담당 사무관님께 진심으로 사과 드렸습니다"라고 공식 사과문을 냈다.

앞서 지난 5월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김해림(28ㆍ롯데)의 부친이 대회장에서 소속사 매니저를 상대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해 논란이 일었다. 김해림도 협회를 통해 공식 사과하고 불미스러운 일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골프 대디'의 부작용은 지나친 간섭으로 자녀 선수의 앞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과 '갑질 언행'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집착'으로 변질된 탓이다.

투어 일부 선수들 중엔 아버지의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골프에 흥미가 떨어지거나 부진한 성적을 내는 경우가 더러 있다. KLPGA 대회 현장에선 일부 골프 대디들의 '갑질' 태도가 목격되기도 한다. 그들은 딸의 매니지먼트사 임원들에게 "야"라고 부르거나 명령조로 얘기하곤 했다. 골프 대디들은 대체로 매니지먼트사 임원들보다 나이가 많은데 현장에서 받은 느낌은 친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하대(下待)'에 가까웠다.

물론 자식에게 큰 도움을 주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예의를 다 하는 골프 대디들도 많다. 이런 골프 대디들이 없었다면 한국여자골프의 발전도 지연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어 선수들을 인터뷰해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답변들이 있다. 골프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선수들은 "초등학생 때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고들 한다. 골프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여자골프가 강한 이유 중 하나로 이른 나이인 6~10세 때 골프채를 잡는 점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구기 종목의 경우 어린 나이에 시작하는 게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신지애(29), 유소연, 서희경(31), 장하나(25ㆍBC카드), 전인지(23), 고진영(22ㆍ하이트진로) 등의 골프백을 멨던 캐디 딘 허든(53ㆍ호주)도 2015년 미국 골프채널과 인터뷰에서 한국여자골프가 강세인 이유 중 하나로 부모의 든든한 지원을 꼽았다. 실제로 박세리(40), 박인비(29ㆍKB금융), 장하나 등은 모두 '골프 대디'의 영향을 받았다. 골프 대디들은 국내 골프 매니지먼트사가 해줄 수 없는 부분들을 채우며 자녀의 성공에 기여했다.

한국여자골프의 발전과 관련해 '골프 대디'들의 책임은 막중하다. 그들의 처신 하나 하나가 한국여자골프의 위상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골프 대디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선 선수 부모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스스로의 성찰이 필요하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의 개선도 중요하다. 1등 지상주의에 따른 과도한 경쟁, 지나친 스파르타식 교육, 갑질 관행 등 사회 구조적 부조리들은 최근 골프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 해 KLPGA의 한 베테랑 선수와 캐디 아버지가 소나기를 맞으며 연습 그린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좋게 보면 베테랑 선수의 생존 방식이었지만, 다르게 보면 한국 특유의 스파르타식 훈련이었다. 골프 대디, 그리고 한국여자골프의 발전과 관련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한 장면이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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