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한 분위기ㆍ딱딱한 연설 탈피
김현미ㆍ김은경 프레젠테이션 호평
5일 오전 환경부 장관 취임식이 열린 정부세종청사. 김은경 신임 장관이 왼손에 작은 리모컨을 쥐고 대회의실로 들어섰다. 김 장관 뒤로 ‘계승이 아닌 전환’이라 적힌 대형 스크린이 내려왔다. 김 장관은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이리저리 넘기며 약 20분간의 취임사를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진행했다.
새 정부 들어 PPT를 이용한 ‘이색 취임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단상을 앞에 세우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딱딱한 취임사만 전하고 끝나는 보통의 취임식과는 분명 다른 모습에 직원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분위기다.
김 장관은 이날 4대강 사업을 예로 들며 환경부의 인식 전환을 당부하는 것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은 아픈 기억이고 잊고 싶은 기억”이라고 말하며 “(당시 의사결정을 했던) 한 사람의 문제이고 여기 남은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기는 건 아닐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환경부가 해온 방법, 기술, 가치관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임명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23일 열린 취임식에서 PPT를 이용해 국토부의 중점 과제로 서민주거 안정을 삼겠다는 의지를 역설했다. 신임 장관 중 PPT 취임사를 처음 선보인 김 장관은 이날 최근 집값이 오른 이유를 그래프로 분석한 구체적인 시각물을 선보이며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장관들의 이런 행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대형 멀티비전에 시각물 자료를 띄워놓고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한 영향도 있다는 관측이다.
신임 장관뿐 아니라 자리에서 물러나는 장관도 임기 동안의 공과를 복기하는 프레젠테이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조경규 전 환경부 장관은 전날 이임식에서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성과 등을 정리한 PPT 자료를 소개하며 “임기 동안 현장 점검과 소통 행정을 강화했지만 노력에 비해 결과가 충분했는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이임사를 전해 직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환경부 한 직원은 이틀 연속 진행된 전ㆍ현 장관들의 ‘PPT 이ㆍ취임식’에 대해 “시각적인 효과가 크다 보니 장관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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